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으로 영업이익 추정치를 부풀려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테스코 주가가 폭락했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데이브 루이스 CEO는 테스코의 구원투수로 외부에서 영입된 지 3주 만에 위기를 맞았다.
|
|
|
▲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CEO |
테스코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실제보다 2억5천만 파운드(약 4300억 원)가 많은 것처럼 회계장부를 작성해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22일 보도했다.
테스코는 지난달 말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1억 파운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회계장부를 조작해 비용을 축소해 만든 영업이익이었다. 테스코의 실제 영업이익 추정치는 8억5천만 파운드로 전망된다. 기존 추정치보다 22%가 줄어든 규모다.
테스코는 납품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외상대금을 누락하고 상당량의 상품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도둑맞았다는 식으로 손실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장부를 조작했다. 이런 사실은 내부 고발자가 지난 19일 법무자문위원회 제보함으로써 밝혀졌다.
테스코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자 회계법인 딜로이트와 법무법인 프레시필즈에 분식회계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의뢰했고 영국 금융당국에도 보고했다. 또 4명의 고위 임원에게 정직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조처에도 테스코의 주가는 22일 런던증시에서 11%나 폭락하며 11년 만에 최저치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 사이에 22억 파운드(약 3조7500억 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테스코가 최근 급성장하는 할인점과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망했다.
테스코는 그동안 수익률과 주가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번 회계조작 사건까지 터져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회계조작 사실이 알려진 뒤 테스코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매유통 전문 애널리스트 클라이브 블랙은 “이익을 부풀린 것은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스코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과 경쟁업체들의 가격하락 공세 등을 겪으며 실적이 갈수록 악화돼 왔다. 지난 6월 테스코는 기업 실적이 60년 만에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테스코의 영업이익은 5561만5000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27.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필립 클라크 CEO가 경질되고 데이브 루이스 유니레버 고객관리담당 사장이 구원투수로 내정됐다. 테스코가 1919년 창립 이래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한 것은 루이스 CEO가 처음이다.
루이스 CEO는 구조조정과 경영효율 전문가라는 점에서 테스코 이사진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에 재직중이던 2007년 300명을 감원해 '과감한 데이브'(drastic Dave)란 별명을 얻었다. 그가 테스코의 수장을 맡으면서 조직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예고됐다.
루이스 CEO는 취임 3주 만에 회계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경영능력을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그는 실적이 부풀려진 사실을 지난 19일 인지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