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낸드플래시사업 매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마이크론의 매각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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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더칸 마이크론 CEO. |
마이크론이 애플이나 구글, 인텔 등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외부업체와 협력을 확대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맞설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7일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마이크론의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애플과 아마존 등 IT기업에 이어 인텔도 눈독을 들일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에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대형 IT기업들이 일제히 뛰어든 사실이 알려지며 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전자업계의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의 발달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며 안정적인 공급기반 확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킹알파는 “구글 등이 웨스턴디지털에 맞서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사업확대를 위해 낸드플래시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마이크론의 인수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도시바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금확보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뛰어든 글로벌 IT기업들은 계획이 무산될 경우 충분히 다른 인수대상을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플래시 상위기업은 안정적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매각을 추진할 이유가 적다. SK하이닉스도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추고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경우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4~5위권에 머물며 기술력도 비교적 뒤처져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외부업체와 협력을 추진할 공산이 있다.
증권사 크레딧스위스는 “마이크론은 이미 중국업체들과 낸드플래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인텔이 합작법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유력하게 나온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낸드플래시 시장진출을 노리고 이전부터 마이크론과 메모리반도체 기술개발에 협력해왔다. 메모리반도체 사업경험이 적은 인텔이 마이크론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투자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는 “마이크론은 중국업체들과 인텔의 인수대상으로 꾸준히 거명되고 있다”며 “증권사들은 마이크론이 이미 여러 번 인수제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파악했다.
마이크론이 최근 메모리반도체 호황기에 수혜를 봐 실적과 주가가 모두 급등하고 있는 만큼 완전한 인수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합작법인 설립 등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기술협력을 맺고 합작생산법인을 운영하는 것처럼 마이크론도 인텔이나 중국업체 등에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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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시킹알파는 SK하이닉스와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가 논의중인 합작법인 설립이 현실화될 경우 마이크론의 경쟁력 확보가 다급해져 외부업체와 협력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충분한 자금능력을 갖춘 기업이 마이크론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생산시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수년동안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시장에서 마이크론과 격차를 점점 벌리며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에서도 시장지배력을 점점 확대하며 수요증가에 수혜를 독점하고 있다.
과점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사업경쟁력이 강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위협을 받게 된다.
미국 CNBC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인수에 실패할 경우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시킹알파는 “도시바 인수전이 크게 흥행한 것을 볼 때 마이크론도 지분매각에 나설 경우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반도체시장이 대폭 재편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