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가 사업전략을 대폭 바꿔낸 성과로 지난해 4분기 삼성메디슨의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삼성그룹의 ‘해결사’로 불리는 전 사장은 이런 성공전략을 이어가 장기간 고전하고 있는 삼성메디슨을 올해 적자수렁에서 건져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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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 |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의 성장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의료기기 최대시장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공공의료예산이 축소되는 추세가 이어지며 중동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메디슨의 주력사업분야인 산부인과용 진단기기는 한국 등 주요시장에서 출산감소로 시장이 위축되며 판매실적이 정체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어려운 시장상황에도 지난해 4분기 매출 837억 원, 영업이익 63억 원을 내며 여덟분기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은 2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지난해 중∙고급형 의료기기로 사업분야를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전략을 변화한 성과가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됐다”며 “의료학계에서 삼성메디슨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인지도가 높아진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수 사장은 기존에 프리미엄 제품 중심이던 삼성메디슨의 의료기기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대를 낮춘 초음파기기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올해는 보급형 기기까지 영역을 넓히고 산부인과 이외의 진단과목에도 시장진입을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가 연간 흑자전환까지 이뤄내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의료기기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높아 보급형 제품까지 출시를 확대해도 수익성에는 긍정적”이라며 “중소형 병원까지 고객사를 넓히는 효과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최근 삼성메디슨 주주총회에서 흑자전환을 위한 경쟁력 강화방안과 조직개편계획 등 중점추진과제를 직접 발표하며 경영정상화 의지를 강조했다. 주주들이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사업역량에 의문을 표하며 매각을 요구하자 주주 신뢰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삼성메디슨은 2011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뒤 장기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골칫덩이’로 꼽혔다. 2015년 처음 연간 영업손실을 내자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합병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 나왔다.
전 사장은 지난해 삼성메디슨 대표에 오른 뒤 매각설을 부인하며 성장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처음 도전하는 의료기기사업에서 전문성을 쌓기 위해 스터디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3D낸드 개발과 삼성SDS의 상장 등 주요과제를 성공적으로 주도하며 삼성그룹의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삼성메디슨의 흑자전환은 전 사장에게 이런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메디슨이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여전히 의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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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메디슨의 초음파 진단기기. |
삼성메디슨은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GE와 지멘스, 필립스와 맞경쟁을 피해 틈새시장인 중남미와 산부인과 진단기기를 전문으로 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 주요업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전 세계 의료기관에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어 시장진입장벽을 점점 높이고 있다. 삼성메디슨이 단기간에 승부를 노리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의 기술공유와 시너지를 통해 첨단기술을 의료기기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향후 출시되는 의료기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진단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전 사장은 이를 위해 외부업체와 협력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예정도 밝혔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은 의료기기에서 후발주자지만 기존에 축적된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 등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