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독일 전장부품업체 보쉬가 스마트카와 자율주행 관련한 사업에서 협력하며 삼성전자와 미국 하만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애플은 꾸준히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매진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 애플과 보쉬 전장사업 협력
3일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보쉬의 전장부품사업부를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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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보쉬 관계자는 애플인사이더를 통해 “보쉬는 이전에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부품도 일부 공급해왔지만 이번에 공급사로 표기된 곳은 자동차 관련사업만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전장부품사업 진출계획을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최근 스위스에 자동차 전문연구소를 설립하고 관련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등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애플인사이더는 보쉬가 애플에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자율주행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쉬는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를 제외한 글로벌 전장부품시장에서 20% 정도의 점유율로 컨티넨탈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센서 등 부품기술력도 인정받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점유율 2위,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스마트카분야에 필수적인 통신과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에서 뒤처지는 것이 보쉬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애플과 협력은 이런 상황에서 보쉬의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며 기술력을 보완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애플 글로벌 고객사를 단숨에 확대하며 전장부품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것과 유사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보쉬는 최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반도체를 적용할 수 있는 차량용시스템 개발에도 나서며 협력기반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보쉬의 고객사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보쉬가 애플의 장점으로 꼽히는 자동차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까지 확보할 경우 연합군을 구축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업체들 사이의 협력이 늘어날수록 여러 완성차업체의 주목을 받아 시장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애플 전장사업 어디까지 왔나
애플은 완성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 뒤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밸류워크에 따르면 애플은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진행하며 올해 말까지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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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보쉬의 차량용 솔루션. |
애플은 지난해 11월 미국 교통당국에 “애플은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며 자율주행차 관련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실제 상용화가 예상보다 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 기술발전을 위한 투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만 9개의 신생기업을 인수했는데 이 가운데 6곳이 증강현실과 사물인식, 지도 등 자율주행기술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가 지난해 애플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은 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애플 본사 주변에 자율주행기술 전문연구소 설립을 결정한 것도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포브스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애플이 스마트카시장 진출을 앞당기는 데 가장 큰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더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애플과 구글에 비해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출했지만 방향성은 다르다”며 “전장부품과 솔루션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애플이 올해 아이폰 신제품에 걸린 높은 기대로 주가상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을 증명하려면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계획을 더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