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채권자들을 상대로 채무재조정 동참을 설득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은 손실을 떠안아야 하게 될 상황으로 몰릴 것을 우려하며 채무재조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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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채권자들이 회사채를 출자전환하는 등의 채무재조정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채무재조정 작업에 난기류가 감지된다.
자산운용사들은 채무재조정에 동의할지 여부를 놓고 투자금을 위탁한 수익자와 미리 협의해야 하고 주요 수익자인 연기금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채무를 재조정하는데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3900억 원)도 채무재조정안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 국민들의 노후연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정성립 사장에게 채무재조정 작업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채무재조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채무재조정이 성공할 경우 정 사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3조 원에 가까운 추가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인건비 감축 등 구조조정만 꾸준히 실시하면 정상기업의 지위도 유지해 선박을 수주하기 위한 영업활동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
반면 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반대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에 돌입한다. P플랜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청산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점은 다행이나 글로벌 발주처로부터 받는 신뢰도에 타격을 크게 받게 된다.
글로벌 발주처들은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을 조선기업에 발주할 때 기업의 재무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위기로 내몰릴 경우 발주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정 사장이 2월 초부터 해외영업에 직접 나서 신규수주를 가시화한 수 건의 프로젝트들도 글로벌 발주처들이 현재 상황을 지켜보자고 판단하며 본계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양플랜트 인도협상만 잘 마무리되면 유동성을 대량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채권자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4척, 340억 달러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48척과 36척을 선주에게 인도해 모두 222억 달러의 잔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대우조선해양을 현재 상황으로 내몬 주요 원인인 소난골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문제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앙골라 국영석유기업인 소난골은 최근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인 셰브론, 에니 등과 드릴십 용선을 위한 막판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난골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이 잔금 1조 원을 회수할 수 있는 길도 열려 회생하는데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