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부산항에 거점터미널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한진이 부산신항만 제3부두를 운영하는 한진해운신항만 지분을 2대주주로부터 인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한진이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면 현대상선은 국내 거점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해양펀드로부터 한진해운신항만 지분을 사들이거나 새 컨테이너부두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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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현대상선 관계자는 27일 “한진해운신항만 지분이 매물로 나온 것이 아니어서 참여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매물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은 한진해운신항만 2대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우선주 50%-1주와 신주인수권부 사채에 유상감자와 상환을 합의하는 계약을 24일 체결했다.
한진해운신항만은 한진해운이 터미널로 사용해왔던 부산신항만 제3부두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한진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나머지 지분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진해운신항만이 IMM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지분에 유상감자를 실시한 뒤 한진 등을 대상으로 365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지분이 이전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진이 새로 인수하는 주식 가운데 40%가량은 글로벌해양펀드가, 20%가량은 부산항만공사가 차지하게 된다”며 “협의에 따라 운영권은 한진이 계속 보유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국내 거점 터미널 확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을 모항으로 삼고 있지만 현재 다른 회사의 터미널을 빌려쓰고 있다.
선사가 터미널을 운영하면 하역비를 절감하는 등 이득을 볼 수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항만공사에 기존에 보유했던 현대부산신항만을 매각해 국내에 거점터미널이 없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모항인 부산항에서 터미널을 인수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 초에는 부산신항만 지분인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번 부산신항만 지분인수 과정에 글로벌해양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분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만 제3부두를 거점 터미널로 확보하려면 향후 글로벌해양펀드와 부산항만공사가 각각 보유하게 될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현대상선이 이번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놓고 다른 터미널을 인수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진이 운영권을 쥐고 있는 부산신항 제3부두를 현대상선이 굳이 인수에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터미널을 물색하거나 개발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신항에 1~5부두에 이어 컨테이너부두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2020년부터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등을 준공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상선이 일단 국내에 터미널을 두지 않고 새로 컨테이너부두가 지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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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신항만 한진터미널 모습. |
현대상선이 이번에 글로벌해양펀드에 참여하거나 부산항만공사 대신 지분인수에 나섰다면 제3부두 운영권을 확보하진 못하더라도 보유지분을 활용해 하역료 등 협상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도 있었다. 또 국내 거점 터미널로 삼을 수도 있었다.
현대상선은 미국 롱비치터미널도 지분 20%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컨소시엄 내부에서 협의 등을 통해 하역료 등을 조정해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신항만 지분인수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 경영정상화에 이르지 못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최근 한국선박해양에 컨테이너선 10척을 매각한 뒤 저가의 용선료로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7043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서도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는 등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