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흠 사장이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삼성엔지니어링의 독자생존을 위해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더욱 무겁게 짊어지게 됐다.
박 사장은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의 발주에 힘입어 수주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해외에서 수주기회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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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신규수주를 어떻게 확보할지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미래전략실을 통해 건설부문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에 그룹 계열사의 신규공장 공사나 증설공사 물량을 배분해왔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모두 설계와 구매, 시공의 전 과정에 이르는 EPC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경영상황을 분석해 일감이 더욱 필요한 회사에 계열사의 물량을 몰아준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에 1조4543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며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으나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의 물량을 대거 수주하며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신규수주 4조9952억 원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만 60%가 넘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K-PJT 마감공사(6천억 원), 탕정동 마감공사(7150억 원)를 수주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에디슨3 프로젝트 공사(5145억 원) 등을 따내는 등 계열사로부터 3조 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제 각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으로 독자경영을 하게 되면서 이런 지원을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7조8천억 원가량 남았는데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내는 매출과 비교해 약 1년치 일감에 불과하다. 해외수주를 회복해 수주잔량을 늘리는 것이 그만큼 절실하다.
박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신규수주를 따낼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에너지기업인 텍사스LNG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의 최종투자결정(FID)를 앞두고 삼성엔지니어링과 글로벌 에너지·석유화학 엔지니어링기업 KBR에 상세설계를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텍사스LNG는 그동안 유가가 약세를 보인 탓에 LNG플랜트 공사일정을 연기했는데 최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중반대를 유지하면서 최종투자결정 단계를 밟기 위해 설계 마무리를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텍사스LNG의 LNG플랜트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그동안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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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에너지기업 텍사스LNG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조감도. |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2014년에 텍사스LNG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맡아 지난해 완료했다. 박 사장은 기본설계가 끝난 뒤에도 텍사스LNG 태스크포스팀 인력을 유지하며 시공사 선정에 대비했다.
다만 LNG플랜트 공사가 진입장벽이 높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NG플랜트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6개가량의 기업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최종 시공사에 선정될 경우 앞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LNG플랜트 프로젝트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텍사스LNG는 올해 프로젝트에 투자할 기업들을 선별한 뒤 2018년 초에는 최종투자결정을 내리고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현재 중동에서 입찰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1억 달러 규모의 바레인 시트라 정유공장 확장공사와 3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중질유처리시설 프로젝트 등의 입찰에 참여했는데 늦어도 2분기 안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