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본회의 직권상정이 무산된 데다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막을 내리며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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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당제 아래에서 1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필요했다고 해도 지금은 다당제체제”라며 “우리는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금처럼 알박기 정당, 알박기 간사가 있는 한 국회는 새 대한민국 건설에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국회법 개정에 각당이 적극 나서자”고 촉구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알박기 정당과 간사는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법사위 간사를 지칭하는데 김 간사는 특검법 연장안은 물론 상법개정안 등 ‘개혁입법’의 법사위 상정을 완강히 반대해 결국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박 대표는 “다당제 정신에 맞게 다수당, 소수당도 모두 의석만큼 연대책임을 져야만 국회가 움직이고 협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야당들도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호응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소수파 보호법이 아니라 소수파들이 연합을 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국회마비법’이 됐다”며 “부분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지금부터 선진화법 개정작업을 시작해서 21대 국회부터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자유한국당만 반대하고 야4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를 막기 위한 법안으로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날 여야합의로 도입됐다.
국회 폭력을 없애고 일방적 법 처리나 몸싸움이 아니라 설득과 대화를 통한 입법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선진화법 도입 이후 몸싸움 하는 국회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중요한 쟁점 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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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 상정은 물론 상임위 통과마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선진화법은 양당 체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해관계가 다양한 4당체제에서는 본연의 취지를 전혀 살릴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야4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동조하고 있지만 국회통과는 불투명하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반대당론을 접지 않는다면 국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인 법사위 통과도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을 두고 4당 체제와 국회선진화법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화법이 요구하는 높은 ‘입법 문턱’은 추후 법 개정을 통해 낮추더라도 주어진 입법 여건 아래서 최선의 해법을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행 국회법 어디에도 상임위 안건 상정부터 교섭단체 간 합의를 필수조건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며 “소수정당에 대한 존중은 안건의 심의단계에서 최대한 보장하되 상정과 표결에선 민주주의 일반원칙인 다수결에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