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기어S’ 시리즈에 탑재한 자체개발 운영체제(OS) ‘타이젠’의 앱 확보가 부진해 경쟁력을 마련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구글이 새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웨어2.0’를 내놓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올해 타이젠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치열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고전
19일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스마트워치시장에서 49%의 판매량점유율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웨어러블 전문기업 핏비트가 17%, 삼성전자가 15%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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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시장조사기관 SA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워치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38% 정도 줄어든 80만 대 정도로 추정했다. 시장점유율도 16%에서 9.8%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기어S2, 기어S3 등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스마트워치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통신사와 연계한 무선통화기능 등을 적용해 제품경쟁력을 높였지만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애플워치가 성능과 디자인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기어S 시리즈가 시장확대에 고전하는 것은 스마트워치 전용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삼성전자의 기어S3은 기능측면에서 완벽하지만 타이젠OS를 탑재해 활용할 수 있는 앱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른 운영체제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한 운영체제 타이젠을 최근 들어 스마트폰에 거의 탑재하지 않고 사물인터넷 가전제품 전용OS로 전략을 바꿨는데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고수하고 있다.
자체 운영체제를 사용할 경우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고 인터페이스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어 기기 특성상 형태가 다양한 웨어러블기기에 적용하기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젠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앱 확보에 단점으로 작용하며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에 스마트워치의 활용성을 증명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에서 확보한 지배력을 고가 스마트워치로 넓혀 수익도 확대하고 스마트워치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자이언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규모가 2021년까지 연평균 43%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워치는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며 B2B(기업대상)사업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함께 솔루션 형태로 판매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로서 적기에 경쟁력을 확보해야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카날리스는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의 최우선과제는 이를 단순한 스마트폰의 보조품이 아닌 꼭 필요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활용성이 높은 핵심기능을 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구글과 치열한 경쟁 앞둬
스마트워치의 가장 기본적 기능은 스마트폰에 도착하는 알림과 메시지 등을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만 원대의 저가형 웨어러블기기도 이런 기능은 충분히 제공한다.
스마트워치는 전용 운영체제를 탑재해 사용자들이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활용성 높은 다양한 앱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수십만 원에 이르는 고가제품의 필요성을 소비자들에게 설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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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기어S3'에 적용된 타이젠 운영체제. |
2015년 말 애플워치가 전용 앱 1만 개를 갖춰냈을 때 구글은 4천 개, 삼성전자는 1천 개 정도의 스마트워치 전용 앱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현재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올해 기능을 강화한 새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웨어2.0’을 출시하며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LG전자의 신제품 ‘LG워치’ 등에 탑재된다.
구글의 새 운영체제는 인공지능을 적용해 사용자의 음성명령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모바일결제 ‘안드로이페이’도 탑재된다.
구글은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를 제조사들에 공급해 스마트폰과 같이 앱 판매로 수익을 올리며 안드로이드의 영향력도 확대해 사물인터넷과 자동차용 운영체제 등 신사업의 플랫폼 경쟁력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타이젠의 확대로 비슷한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자체개발해 판매하는 기기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은 만큼 운영체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9월 출시를 계획한 타이젠 새 버전에 개발자들이 다른 운영체제로 내놓은 앱을 쉽게 타이젠 전용으로 변환해 내놓을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하려고 한다.
구글 스마트워치를 위해 개발된 앱이 타이젠으로 이식되는 사례가 늘며 생태계 경쟁력이 강화돼 스마트워치의 경쟁력을 확보한 뒤 궁극적으로 타이젠 생태계의 영역을 넓히는 효과가 예상된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2.0 출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에서 강적을 만나게 됐다”며 “타이젠의 대규모 업데이트로 적극적 대응을 예고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