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이 비상경영사태에 직면했다.
삼성그룹은 당분간 미래전략실 주축으로 긴급한 현안을 해결한 뒤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을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고 쇄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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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부회장이 17일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어떻게 가동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소한 수개월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특검수사로 이전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 경영현안들을 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연말부터 미뤄졌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약속했던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 등 그룹 쇄신안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이 당장 해체될 경우 그룹의 주요 결정을 담당할 컨트롤타워 역할이 공백으로 남아 인사를 비롯해 경영전략 수립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미래전략실이 주축이 돼 주요 경영사안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긴급회의를 이어가며 이 부회장 구속 이후의 대응방안과 그룹의 전반적 경영방침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총수들이 사법처리된 이전 사례들을 볼 때 이 부회장이 1심 법원에서 무죄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풀려나더라도 곧바로 경영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66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구속위기에 놓였지만 재산 일부 반환과 경영은퇴를 발표하며 여론을 돌려 위기에서 벗어난 뒤 15개월 만에 회사로 돌아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아 불구속기소된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 2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사 이래 최초로 구속이라는 더 큰 불명예를 안게 된 만큼 앞으로 수년 동안 경영일선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즈는 “삼성그룹은 젊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앞세워 이미지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재벌총수를 다루는 한국 사법망이 촘촘해지며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특검수사와 구속수사로 이런 효과는 물거품이 됐고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개편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을 포함한 각 부문별 사장들의 각자대표 경영체제가 갖춰져 있어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계열사도 독자적 경영체제와 이사회의 역할이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한 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의 전략수립과 중요 결정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학계와 재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당장은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체제를 강화해 위기에 대응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한 만큼 삼성그룹으로서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동시 공백을 대체할 경영체제의 구축이 시급해지고 있다.
영국 BBC는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여파는 단기보다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삼성그룹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