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위기를 겪으면서 삼성그룹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없는 삼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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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인 홍익대 교수. |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6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는 어떻게 보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관건은 삼성그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이라는 과거의 관행과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삼성그룹은 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돈을 버는 것이 지상과제인 기업들이 수백억 원을 냈다면 그 이면에 그보다 더 수지 맞는 어떤 이권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는 이권을 팔고 재벌 대기업은 돈을 내고 그 이권을 샀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이 평소에 합리적으로 행동하다 오너 지분이나 경영권 승계와 같은 문제에 부닥치면 이성을 잃는 집단으로 변한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이 정도 되면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삼성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삼성그룹도 이제 이재용 없는 삼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최순실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영권을 넘길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훌륭한 분이 나타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답했다.
전 교수는 “삼성이 아니었다면 (이 부회장이) 벌써 구속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며 “삼성그룹은 법논리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법감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에게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미래전략실을 주축으로 하는 관리의 삼성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삼성그룹은 과거와 단절이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부회장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 부회장이 모든 걸 보고 받고 직접 결정하는 ‘CEO형 총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고 내부 구성원을 통합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며 “이마저도 제대로 못한다면 배당받는 주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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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김 소장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면 지배구조는 취약해지고 헤지펀드의 공격을 유발하는 등 삼성이 치러야 할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수가 구속되면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재계의 주장을 두고 전 교수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2007년 10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삼성 비자금 수사와 이건희 회장의 유죄 판결, 사면 등의 사건이 삼성전자의 재무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한 결과 통계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수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 우려와 관련해 “과연 그렇게 긴급한 일들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사실이라면 총수의 결단에 의존해 왔다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문경영인에게 필요한 권한과 역할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이 총수의 눈치를 보거나 허가를 구하고 그의 직관적 결정을 따라야 하는 구조가 근본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