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차입금을 과도하게 끌어오고 있어 되찾기에 성공하더라도 큰 부담을 안을 것이라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금호타이어의 성장전망이 밝지 않아 전략적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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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1조 원 가운데 최대 70%를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0% 자금은 개인신용이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끌어올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투자자들을 모집하면서 전략적투자자 비율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의 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단기간에 투자차익을 얻는데 주안점을 둔다. 반면 전략적투자자들은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삼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전략적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단기간에 투자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무적투자자 준비는 완료됐다”며 “장기적이고 안정적 투자를 위해 전략적투자자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에도 전략적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재무적투자자들을 안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금호타이어의 성장성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국내 타이어회사 3곳 중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3.1%, 11.7% 감소했다. 반면 한국타이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 24.7% 늘었고 넥센타이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3.1%, 10.3% 증가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공장을 이전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라며 “올해 중국공장이 재가동하고 미국공장의 생산량이 늘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의 재무구조도 불안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336%였다. 한국타이어 부채비율 72%, 넥센타이어 부채비율 123%를 감안하면 매우 높다. 금호타이어의 순차입금은 2조 원을 웃돌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매년 1천억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만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자칫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낭패를 봤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천 억 원 정도에 인수하면서 풋옵션을 조건으로 내세워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인수자금의 40% 정도를 끌어왔다.
풋옵션은 특정시점에 시장가격과 관계없이 미리 정한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다. 박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고 대우건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그러자 재무적투자자들이 2009년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매각에 나섰는데 박 회장은 지분을 사들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에 ‘제3자 양도 및 지정 금지’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투자자들을 모아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묻게 된다.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행사를 답해야 한다. 이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 45일 안에 계약금을 내고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매각 대상은 금호타이어 채권단 지분 42.01%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5500억 원 규모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