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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180도 달라진 경영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회장 2기를 맞아 첫 단추인 임원인사를 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해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선택했다.
포스코가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독립해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온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에 처음 오르면서 연구원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놓고 의구심 속에서 출발해 박근혜 게이트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지만 철강 경쟁력 회복을 앞세워 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영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3일 포스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권 회장이 2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포스코에 ‘권오준 색깔’을 입히면서 과단성 있는 경영스타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철강부문을 신설하고 오인환 사장에게 맡긴 점이다. 오 사장을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동시에 권 회장은 비철강사업을 정리하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1기 회장 시절 연구원 출신으로 CEO에 전격적으로 오르면서 인사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회장을 놓고 경쟁한 김진일 사장과 잠재적 회장 경쟁자로 꼽혀온 황은연 사장 등과 동거체제를 선택한 점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포스코 내부에 줄서기가 문화가 여전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이 존재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권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첫 인사를 통해 이 싹을 제거했다. 김진일 사장은 퇴임하고 황은연 사장은 포스코인재창조원으로 이동했다.
권 회장이 청와대의 입김으로 회장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에서는 권력으로부터 인사독립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게이트로 청와대의 힘이 빠진 점도 권 회장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1기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했다고 평가받는 점도 친정체제로 2기를 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권 회장에게는 연구원 출신으로 경영능력이 미지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는데 1기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성과를 내면서 이런 꼬리표를 떼냈다는 자신감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임원인사를 출발로 앞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후계자 양성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그동안 철강사업에서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마케팅과 수익성이 높은 월드프리미엄제품을 강조했다. 전체 제품판매에서 월드프리미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으로 늘었고 솔루션마케팅과 연계된 판매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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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앞으로도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월드프리미엄제품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부문장에 마케팅 전문가인 오인환 사장을 발탁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오 사장은 1981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줄곧 마케팅 업무를 맡았고 2015년 철강사업본부장에 오르면서 솔루션마케팅을 주도했다.
구조조정을 서둘러 끝내면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하면서 149건의 구조조정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까지 모두 126건을 마쳐 목표의 85%를 달성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도 포스코 임원 수를 지난해보다 110명이나 줄인 대목도 구조조정의 의지를 재확인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2기 체제에서 구조조정을 조속히 끝내는 한편 포스코 고유기술의 상업화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리튬 추출기술, 이차전지 소재기술 등을 상업화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권 회장이 지난해 12월 연임에 도전하면서 “지난 3년 동안 경쟁력 강화와 경영실적 개선에 매진한 나머지 후계자 양성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회사를 이끌어 나갈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후계자 기반을 확대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목표들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권 회장은 포스코 역사상 최초로 연임임기를 채운 회장으로 기록되게 된다. 포스코 역대 회장 가운데 연임에 도전에 실패한 회장은 없지만 연임임기를 채운 회장도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