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넘기 위해 올해 미국에서 수익성이 높은 차량의 판매를 늘려 내실을 다진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서 정책변화에 예의주시하면서 SUV와 중형 이상의 세단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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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국토안보부에서 멕시코와 국경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
올해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0.5% 낮은 1750만 대에 그쳐 8년 만에 줄어들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내다봤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대기수요가 줄어들고 소형차 판매부진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할부금융 시장위축 등이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부진을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각각 77만5천 대, 64만8천 대를 팔았다. 그 전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각각 1.8%, 3.5% 늘었다.
미국에서 자동차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대기아차는 SUV와 중형 이상 세단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량을 늘렸지만 인센티브도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목표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69만9천 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7.9% 목표를 더 높게 잡았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싼타페 생산량과 투싼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또 상반기에 쏘나타와 제네시스 G80의 상품성 개선모델과 친환경차 아이오닉 등 신형모델을 투입하기로 했다.
구자영 현대차 상무는 25일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올해는 미국에서 신차와 상품성 개선모델을 투입해 제품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SUV 공급을 늘려 판매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현지에서 싼타페 공급량을 기존 3만6천 대에 6만5천 대로 늘리고 투싼 공급량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상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 판매와 수익성에 끼치는 악영향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출시하는 소형SUV 니로와 중형세단 스팅어에 자신감을 보였다.
한천수 기아차 부사장은 26일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니로의 경우 2월 슈퍼볼 광고를 통해 신차인지도를 제고하고 현지에서 3만5천 대를 팔 것”이라며 “최근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스팅어 역시 K7과 함께 고성능 승용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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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니로'. |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멕시코에서 연간 4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해 북미에 수출을 확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며 압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가시화하는 데 발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 부사장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정책 방향성을 예의주시하고 단계별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완성차회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은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GM,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완성차회사는 트럼프의 압박에 잇따라 신규 미국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 5년 동안 미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50% 정도 많은 돈을 향후 5년 동안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현실화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멕시코산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