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과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에서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뒤 미국에서 수혜를 볼 기업과 타격을 받을 기업이 분명히 나눠지고 있다”며 “중국 전자기업 레노버와 ZTE가 특히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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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트럼프는 중국을 겨냥한 무역대립을 예고하며 “대통령으로 허락된 모든 권한을 앞세워 중국과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수입품에 45%에 이르는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적도 있다.
증권사 크레딧스위스는 중국업체들이 특히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소비자가전에서 미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의 무역장벽이 더욱 높아지며 큰 타격을 겪을 수 있다고 파악했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국사업에 전혀 차질을 빚지 않을 중국기업은 전체의 2%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크레딧스위스는 반대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정부 차원의 보복조치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 미국 이외 국가 제조사들이 중국시장에 진입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고 봤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성장잠재력을 꾸준히 강조하며 아이폰의 판매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애플이 이런 시장변화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애플의 동영상콘텐츠 판매를 중단하고 아이폰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애플에 압박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강력한 조치가 내려질 공산이 크다.
이런 시장변화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과 스마트폰사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강력한 시장기반을 확보한 만큼 대체수요를 차지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가전과 스마트폰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은 현지업체들에 밀려 주춤하지만 프리미엄 가전에서 굳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TCL그룹은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9%, ZTE는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 역시 올해부터 미국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최초로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예고했다.
레노버는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5%, PC시장에서 13%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입지를 확보했는데 미국에서 관세인상 등으로 불이익을 받을 경우 이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PC에서 모두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쓰는데다 제품 가격대도 높다. 중국업체들이 미국에서 사업에 차질을 빚더라도 이런 공백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윈도PC를 앞세워 중국업체들의 공백을 대체하며 대부분의 수혜를 독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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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틒럼프 미국 대통령. |
중국 가전업체들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미국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이런 시장변화에서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존 점유율에 타격을 주기 어려워진 셈이다.
중국업체들이 이에 따른 실적부진을 겪을 경우 연구개발 투자여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내수시장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전자제품 수입비중은 16%에 불과해 타격이 세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전자업체들의 미국 수출비중은 40%에 이르는 만큼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에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정부차원의 시장개입이 심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마침내 입지회복을 노릴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을 겨냥한 고성능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폭 늘리며 차기작 ‘갤럭시S8’의 중국 마케팅도 더욱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점유율 상승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크레딧스위스는 “2012년 중국에서 벌어진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은 업계에 큰 영향을 줄 정도였다”며 “미국 제품에도 불매운동이 확산된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해외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