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해상작전헬기의 개발을 기약없이 미루게 됐다.
정부는 1차사업에 이어 2차사업도 해상작전헬기를 해외에서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70조 원 규모의 해외시장에 나설 기회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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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리온의 파생형헬기인 해상작전헬기 양산사업을 따내지 못하면서 3차사업이 진행될 때까지 개발을 못하게 됐다.
정부는 17일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해상작전헬기 2차사업으로 해상작전헬기 12대를 해외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내개발을 선택하게 되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주하는 사업이었다.
해상작전헬기사업은 헬기사업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는 사업이라 헬기사업의 꽃으로 불린다. 습도와 염도, 바람 등 바다에서 만나는 악조건을 견뎌내고 운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해상작전헬기를 개발한다면 국내에 기술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피력했으나 수주하지 못했다.
해상작전헬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되면서 해상작전헬기의 해외수주는 사실상 막힌 셈이다. 방위산업은 무기를 시험 삼아 사용해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자국에서 먼저 검증이 돼야 해외판로가 열린다.
정부는 해상작전헬기 3차사업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해상작전헬기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유럽 항공기회사 에어버스는 지난해 6월 해상작전헬기의 개발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에어버스는 해상작전헬기의 글로벌시장 규모를 최대 70조 원으로 봤다. 에어버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리온을 개조해 해상작전헬기를 만들 경우 이 가운데 30%인 약 21조 원의 신규수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3차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진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미국의 결빙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성능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에게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맡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2차사업에서도 수입을 결정한 것은 ‘전력화시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이 시급한 만큼 3차례 선행연구로 지체된 시간을 벌기 위해 빠르게 전력화할 수 있는 모델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이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보다 4~5년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사청은 2020년에 2차사업으로 해상작전헬기의 도입을 마치고 2023년부터 전력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력화시기를 측정한 연구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3차례에 걸쳐 선행연구를 진행했는데 전력화 시기가 선행연구마다 다르게 측정이 됐다. 1차에선 둘 다 같다는 결론, 2차와 3차에서는 해외에서 사는 게 빠르다는 결론이 났다.
2차 선행연구의 결과로 1차사업이 결정됐는데 2차 선행연구는 의도적인 개입이 있었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해상작전헬기 1차사업이 진행되던 시기에 29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최 의장은 총장 시절 허위사실을 적시한 ‘해상작전헬기 구매시험평가결과’를 작성해 방위사업청에 제출하는 등 평가 자체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차 선행연구에 낸 자료에 따르면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상작전헬기의 국내 개발을 맡을 경우 4년(48개월)이 걸릴 것으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