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삼성그룹이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앞으로 지배구조개편과 인수합병 추진에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주주들의 거센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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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은 16일 박영수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입장자료를 내고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씨를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법원에서 잘 판단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특검이 고심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그룹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설령 구속을 면하더라도 불구속기소로 재판을 받게 돼 이 부회장이 한동안 경영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불구속기소됐지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약 2년 만에 복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등 주요 경영사안 전면에 나서 협력을 논의하는 등 삼성그룹 총수 역할을 사실상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경우 이 부회장을 대체할 인물도 마땅하지 않아 향후 삼성그룹이 외부업체와 대규모 협력이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삼성그룹을 놓고 국내외 여론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는 점도 잠재적으로 큰 위협요인이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만 해도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개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주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삼성그룹의 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을 경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인수가 합의됐지만 주주 표결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도 연이은 주주 반대에 부딪히며 삼성전자 이미지도 악화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해 삼성그룹이 대가를 노리고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한 혐의가 확정될 경우 합병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최근까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수사결과와 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결과의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판부가 삼성물산의 합병무효소송 선고를 특검수사 뒤로 미룬 만큼 합병이 완전히 무효되거나 합병비율을 조정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떠오른다.
해외언론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주목하며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부회장이 구속돼야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한국사회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이 부회장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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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특별검사. |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던 상황에서 특검수사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그룹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도입에 탄력을 받으며 주주의 신뢰와 여론회복을 위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공식조직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약속했다.
이런 약속대로 삼성전자에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고 이사회 투명성을 높이는 등 쇄신작업을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다시 주주 신임을 얻고 성장을 추진할 동력을 마련할 수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정치권과 여론에서 오너일가의 승계 정당성 논란이 분분한 만큼 당분간 실적개선과 신뢰회복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