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0년 넘게 유지해온 지주사 GS의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허창수 회장체제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허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겸임하면서 박근혜 게이트를 겪는 등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허 회장이 GS그룹 회장을 물려줄 경우 그 후보로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에서 물러날까
15일 업계에 따르면 허창수 회장이 GS그룹 회장을 맡고 난 뒤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GS그룹의 지주사인 GS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면서 올해부터 그룹회장을 포함해 경영권 승계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
|
▲ 허창수 GS그룹 회장. |
허용수 GSEPS 대표가 최근 2달 가까이 GS의 주식을 계속 사들인 결과 사촌형인 허창수 회장(4.75%)을 제치고 지분을 5.26% 확보해 GS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허창수 회장은 14년째 총수로서 GS그룹을 이끌어왔다. 다른 그룹과 달리 각 계열사 경영에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오너일가를 대표하는 구심적 역할이지만 그룹총수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박근혜 게이트에 휘말려 호된 시련을 겪으면서 허 회장의 거취를 놓고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GS그룹을 총괄한지 오래됐고 올해 70세인 점을 감안할 때 그룹회장을 물려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용수 대표가 GS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그룹총수에 오를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허용수 대표가 올해 50세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67개 계열사를 거느릴 GS그룹 회장에 취임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GS그룹은 허씨 일가가 다수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집단경영체제나 마찬가지다. GS그룹의 경우 오너일가 여러 명이 지분을 쪼개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라 해도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GS그룹의 지주사 GS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을 퇴임하더라도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며 "시기상 지분율 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경영승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 주목받는 허진수
허창수 회장이 GS그룹 총수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할 경우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후계구도에서 한발짝 앞서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GS칼텍스가 계열사들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허진수 회장의 나이 등등을 고려할 때 허진수 회장만한 후게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
|
|
▲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
GS칼텍스는 GS그룹 전체매출의 절반 넘게 책임지는 주력 계열사다. 허진수 회장은 1953년생인데 올해 63세로 GS그룹의 경영을 맡기에 적합한 나이에 이르렀다는 말도 듣는다.
허진수 회장이 그룹회장을 물려받으려면 경영능력을 좀더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GS칼텍스는 저유가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변할 수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재계는 허진수 회장이 올해 GS칼텍스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데 힘을 쏟아 그룹회장 후보로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내다본다.
◆ 허진수, 신사업으로 경영능력 보여주나
허진수 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사업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비정유사업 강화 프로젝트팀인 ‘위디아’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허 회장 직속으로 상무급 임원 이하 7명이 모여 있는데 GS칼텍스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과제를 맡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에 위디아팀을 통해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비교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닥’에 투자했는데 이를 발판삼아 자동차와 관련한 종합서비스사업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칼텍스는 2500여 개 주유소를 보유했고 자회사 GS엠비즈를 통해 오토오아시스라는 경정비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동차 관련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허진수 회장은 미래사업인 바이오에너지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에 5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 근처에 바이오부탄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와 볏짚 등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액체연료로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휘발유와 혼합해도 연비 손실이 적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총수를 새로 추대하는 데 특별한 룰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오너 구성원의 동의를 거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그룹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