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 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응해 미국에 가전공장 설립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최대시장인데다 반덤핑 규제 등으로 마찰도 빚어지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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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제품 등의 생산공장을 미국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7’ 기자회견에서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가전제품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부지를 확정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생활가전을 한국과 멕시코의 생산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 중국 등에서 수입된 제품에 35% 이상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미국 생산공장 설립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높은 수준의 관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만큼 국내 가전업체들이 어느 정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멕시코에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두고 미국 수출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역시 CES2017에서 “미국시장이 삼성전자에 중요한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른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에 최근 추가적인 투자를 결정하며 미국 IT분야 신생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 등 계획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강력한 정책변화를 추진하며 애플 등 미국기업에도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 생산공장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미국 IT기업 투자펀드에도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트럼프 정부와 원만한 협력관계 유지가 필수적인 만큼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과 현지기업 투자를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트럼프의 강력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순응하고 있다”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토요타 등 자동차기업들에 이어 글로벌 주요 가전업체들도 큰 고민을 안게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설립하면 멕시코보다 인건비가 높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세제감면 혜택을 내걸어 타격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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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트럼프가 사업적 감각을 앞세워 합리적인 경제정책을 펴며 애플에도 강력한 세제감면을 약속한 만큼 한국기업들도 이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이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최대시장인데다 보호무역주의가 점점 강화되는 기조에서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대규모 반덤핑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1월23일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최종적인 판정이 내려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트럼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미국정부 차원에서 내려지는 이런 강력한 규제가 완화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미국정부에서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승인받아야 하는 큰 과제도 안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