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과 GS그룹이 올해 4세경영체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향후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힘썼다.
GS그룹은 아직 허창수 회장 체제에서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는데 4세들이 계열사 곳곳에서 활약하며 후계구도를 준비하고 있다.
◆ 박정원, 두산그룹에서 입지 다져
박정원 회장은 3월 작은아버지인 박용만 전 회장으로부터 그룹회장을 물려받으며 본격적인 4세경영체제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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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 박서원 두산 전무. |
재계는 박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지 10개월이 넘어가고 있는 현재 두산그룹이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고 안정적인 경영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은 올해 1~3분기에 매출 11조6082억 원, 영업이익 745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2.1% 늘어나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도 모두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을 2~4배가량 끌어올리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사업을 재편하는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도 박차를 가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사업부인 공작기계부문과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 두산DST 등의 매각을 추진해 모두 2조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하반기에 두산밥캣의 기업공개가 한 차례 좌초되며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회장은 공모물량 축소와 공모가 하향조정을 통해 두산밥캣의 상장을 재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애초 계획보다 약 1조 원이 적은 금액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일단락된 만큼 내년에 성장의 재시동을 켜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4세경영에 앞장서며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박용만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는 현재 면세점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박 전무는 두산그룹이 야심차게 시작한 면세점사업을 이끌어왔으나 5월부터 10월까지 쌓인 누적 영업손실만 2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무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두타면세점의 새벽영업도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박 전무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 GS그룹, 4세경영 본격 시동
GS그룹도 11월 말에 실시한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4세경영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이 GS글로벌의 대표이사에 선임돼 GS그룹의 4세 가운데 가장 먼저 계열사 경영을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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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윤홍 GS건설 전무. |
허세홍 대표는 올해 3월 GS그룹의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의 등기이사에 오르며 그룹에서 위상을 확대했는데 계열사 대표까지 맡아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07년에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 부법인장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뒤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 등 현장경험을 두루 거쳤다.
허 대표는 1969년 생으로 GS그룹 4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데 GS글로벌의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차기 그룹 후계자로서의 역량도 인정받을 수 있다.
허세홍 대표 외에도 허준홍 GS칼텍스 전무와 허윤홍 GS건설 전무도 GS그룹의 계열사에서 한창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허준홍 전무의 경우 GS그룹의 장손으로서 향후 GS그룹이 장자승계의 원칙을 세울 경우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허준홍 전무는 GS그룹의 지주사인 GS의 지분을 현재 1.73%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4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허윤홍 전무도 현재 GS그룹의 총수를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승계후보로 꼽힌다.
허윤홍 전무는 허세홍 대표, 허준홍 전무보다 GS그룹 계열사에 먼저 입사했다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허윤홍 전무는 2002년에 GS칼텍스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허세홍 대표와 허준홍 전무는 GS칼텍스에 각각 2007년, 2005년 입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