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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정회되자 어디론가 전화하며 청문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
박영수 특별검사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칼끝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정부 인사개입, 사법부 사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증언이 박영수 특검에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는데 이번 만큼은 김 전 실장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검은 2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김 전 실장 자택 등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26일 실시한 압수수색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물론 김 전 실장의 휴대폰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자료와 관계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김영한 비망록’의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영한 비망록은 작고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8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남긴 메모 형태의 수첩인데 최근 유족을 통해 언론에 일부 공개됐다.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추정되는 ‘장(長)’이라는 표시와 함께 “문화예술가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등의 지시내용이 촘촘히 적혀져 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비망록 사본을 그냥 받으면 추후 재판과정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유족의 동의를 얻어 비망록 원본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김 전 실장이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CJ그룹의 제재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27일 오후 방송예정인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사전 출연해 “(김 전 실장이) 변호인을 비롯해 많은 그런 영화들, 그런 걸 만드는 회사를 왜 제재를 안 하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도 투자한 이 영화를 김 전 실장은 매우 못마땅해했다고 유 전 장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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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그는 “마지막 타이틀롤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붙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김 전 실장은 ‘쯧쯧’혀를 차고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애초 박 대통령이 장관을 제안할 때는 ‘반정부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도 함께 안고 가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김 전 실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초대 허태열 비서실장이 있을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후 김 전 실장으로 바뀐 2013년 8월 이후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가령 CJ 제재 같은 것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하며 배후로 김 전 실장을 지목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문체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나도는 사이 최순실씨와 차은택씨의 이권 챙기기와 국정농단이 아무런 제지없이 벌어졌다”며 “김 전 실장은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한 셈인데 그 자체로 직권남용일뿐더러 최씨 등의 국정농단을 지원하고 방조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