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뚜기는 대중들에게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돼왔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은 그동안 오뚜기그룹의 약점으로 지목돼왔던 지배구조를 개선해 진정한 'ESG 우등생'이 될 수 있을까? <그래픽 씨저널>
당사자인 오뚜기조차도 “참석 명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반응할 정도로 파격적인 초청이었다.
‘착한 기업’ 오뚜기의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굳건한지 보여주는 일화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의 1500억 원 상속세 성실 납부,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행들, 석봉토스트 지원 등 여러 가지 미담을 통해 오뚜기는 그동안 ‘갓뚜기’로 불리며 ESG 경영의 ‘사회(S)’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오뚜기가 최근 지배구조 개선까지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ESG의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특히 함영준 회장이 주도한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착한 기업’에서 ESG 우등생으로, 지배구조까지 따라온 오뚜기
오뚜기는 다른 경쟁 기업들이 산업재해, 갑질 논란, 오너일가의 횡령 및 배임 등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과 달리 식품업계에서 드물게 윤리적 논란에서 한발 비켜선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리고 이는 ‘윤리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오뚜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달리 오너일가가 비상장 자회사들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상호 출자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왔다. 오뚜기의 이런 지배구조 문제는 ESG평가의 지배구조 항목에서 종종 오뚜기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오뚜기는 한국ESG기준원이 기업들의 ESG평가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배구조 항목에서 3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지배구조 항목의 평가가 최하위 등급인 D등급까지 떨어졌다.
◆ 자회사 합병으로 투명성·지배력 동시에, '함영준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
오뚜기는 2017년부터 비상장 자회사들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본체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흡수합병된 가장 대표적 회사가 바로 오뚜기라면이다.
오뚜기는 일반적인 식품회사들과 달리 제품 생산회사를 따로 두고 그 생산회사에서 오뚜기가 제품을 구입한 뒤 판매하는 형태로 사업을 해왔다. 오뚜기라면은 라면을 생산해 오뚜기에게 납품하는 자회사로, 2021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99.8%에 달했다.
이런 오뚜기라면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대부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뚜기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논란에 시달려왔다.
함영준 회장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1년 8월 오뚜기라면을 사업회사 오뚜기라면과 지주회사 오뚜기라면지주로 물적분할한 뒤, 2022년 8월 오뚜기라면지주를 오뚜기에 흡수합병시켰다. 이 합병으로 사업회사 오뚜기라면은 오뚜기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가 됐다.
오뚜기는 비슷한 방식으로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제유, 오뚜기에스에프 등 여러 자회사들을 오뚜기 아래로 전부 정렬시켰다. 오뚜기의 자회사 가운데 오뚜기가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은 기업은 상장사인 조흥 하나 뿐이다.
함영준 회장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지배구조 단순화, 사익편취와 내부거래 논란 해결 등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낸 셈이다.
◆ 지배구조 단순화에 사외이사 확대까지, 오뚜기 지배구조는 계속 개선중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한 이후 오뚜기의 ESG 평가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4년 ESG 평가에서 오뚜기는 종합 A등급을 받았다. 지배구조 부문의 등급은 B+다.
오뚜기는 지배구조 개선이 마무리되자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나섰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오뚜기 이사회는 사내이사 중심의 구조로 독립성과 전문성 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뚜기의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2022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면서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으로 늘렸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오뚜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새외아사 4명으로 구성돼있다.

▲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앞 줄 가운데)이 2025년 4월1일 강남구 오뚜기센터에서 열린 '제29회 오뚜기함태호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뚜기함태호재단>
다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도 있다. 바로 이사회 의장 문제다.
오뚜기는 정관에서 이사회 의장을 회장(함영준 회장)이 맡도록 정해놓고 있다. 오뚜기 정관 제35조는 ‘회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의장에 임한다. 회장의 유고 시에는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순서로 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장회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정관으로 정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오뚜기 이사회의 독립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측면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의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의 2024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S&P500에 편입돼있는 기업의 약 58.4%, 러셀3000에 포함된 기업의 약 63.7%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하고 있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2024 이사회 트렌드 레포트에서 "국내외 다양한 지배구조 원칙과 규범은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감독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다”며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한다면 이사회의 독립적인 경영 감독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