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9조 원 이상의 거액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주주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인수기회를 다른 업체에 빼앗기면 '이재용 사업'인 전장사업의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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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9월 말 기준으로 하만의 지분 2.3%를 보유한 헤지펀드 애틀랜틱은 “하만이 삼성전자 외에 다른 인수자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공식발표했다.
애틀랜틱은 하만의 성장세를 볼 때 주가가 주당 200달러 가까이 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주당 112달러의 가격에 인수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만이 지난해 주가가 주당 115달러에 이를 당시 인수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인수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제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9조4천억 원 규모의 인수협상에 합의했지만 하만 주주총회에서 51% 이상 주주들의 찬성표를 얻고 미국과 한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와 인수협상은 주주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조건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틀랜틱의 공개적인 반대선언이 여론을 주도할 경우 주주들의 반대표가 늘어날 수 있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애플 등 전장부품사업에 진출을 노리는 거대 IT기업이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하만 인수를 빼앗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격이 적절한지를 놓고 증권가의 의견이 분분히 갈리고 있다”며 “하만이 더 높은 가격의 인수협상자를 찾을 수 있다는 주주들의 의견도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하만은 삼성전자와 인수계약에서 제 3자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합병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계약 유효기간이 내년 8월까지인 만큼 오랜 시간이 남아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확정되면 기존 주주들은 주주권이 소멸돼 주당 112달러를 받는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주주권을 유지하며 하만의 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새 인수제안이 나올 경우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하만의 주주총회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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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부문과 하만의 주력사업에 겹치는 부분이 적어 미국의 독점금지규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낙관할 수만은 없다.
로이터는 하만이 삼성전자와 인수협상을 벌인 뒤 정부 승인 반대와 주주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조직을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난관을 겪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의 성공 여부는 신사업인 전장부품에서 고객사기반과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로 꼽힌다. 자율주행반도체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구글과 퀄컴, 인텔과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시장진출이 늦춰질 경우 후발주자로 경쟁력 확보에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