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R&D)비용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연구개발에 힘쓰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은 올해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영업이익은 줄었다. 연구개발비용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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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한미약품이 지난해 사노피와 얀센 등 다국적 제약사와 8조 원의 기술수출을 성사한 이후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제약사들은 올해 일제히 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그러나 신약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없고 비용만 투자되는 특성이 있어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투자증가는 자연스럽게 수익성 감소로 이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성과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연구개발 투자비용을 늘린 경향이 있다”며 “중소제약회사들은 개발능력이나 자금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연구개발 열풍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신약개발이 중단되는 사례 등이 나오면서 연구개발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지만 최대한 위험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외부와 기술을 공유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이 꼽힌다. 제약사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개발 비용이나 실패 위험성도 줄어든다.
국내 제약사들은 점차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베스트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으로 연구개발비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벤처회사 투자금액은 모두 2197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6% 증가했고 2014년보다는 4배 늘어났다.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다. 특히 중소제약사의 경우 자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범위를 좁혀 자신있는 의약품종류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만은 분명하다”며 “다만 신약개발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