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재계에 몰아친 박근혜 게이트에서 비켜나 무풍지대에 머물고 있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LG그룹은 투자와 인력을 늘리고 있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LG그룹 박근혜 게이트의 무풍지대로 남아
25일 재계와 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LG그룹은 한 발 비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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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 회장. |
LG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78억 원을 출연했는데, 구본무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그 경위를 추궁당한 것 외에 검찰수사에서 빠져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LG그룹이 안정적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경영권 분쟁이나 승계, 오너 리스크 등에서 벗어나 있고 사업적 측면에서도 특혜를 노릴 이유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박근혜 게이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바라본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또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둘러싼 별다른 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정부의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도 거의 안 해 대가성 청탁이 오갈 일도 별로 없다.
구 회장이 1999년 정부의 압력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겨준 뒤 전경련 모임에 한동안 나가지 않는 등 정재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박근혜 게이트에서 자유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LG반도체를 아쉽게 넘긴 일을 계기로 정경유착을 멀리하고 관계를 잘 정리한 측면이 있다”며 “국정조사에서도 LG그룹을 겨냥한 공세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꾸준한 투자확대와 인력충원
LG그룹은 주요그룹들이 투자를 줄이고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경영성과 평가기관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5조4926억 원을 투자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투자액이 3268억 원(6.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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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 회장(오른쪽)이 연구개발단지 'LG사이언스파크'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30대 그룹 가운데 투자를 늘린 곳은 LG그룹을 비롯해 롯데그룹과 한화그룹, CJ그룹 등 12곳에 불과하다.
LG그룹은 지주사 LG의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전장부품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갖춘 뒤 연구개발 투자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LG전자와 LG이노텍의 전장부품,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LG하우시스의 외장재,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등이 모두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신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인력충원도 계속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LG그룹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고용규모는 12만5046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835명 늘어 국내 30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주요그룹들이 구조조정으로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LG그룹은 신사업에 더욱 집중하면서 고용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구 회장은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성장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는 데 인력충원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