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계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의 위험성을 놓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면서 대출 실수요자가 2금융권으로 쏠리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2금융업 가운데 특히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을 높이며 보험사 등 2금융권에 가계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 위험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앞 주담대 현수막이 걸린 모습. <연합뉴스> |
15일 보험업계 말을 들어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 2금융권 협회 등과 가계대출 관리 회의를 연 뒤 이날 2금융권을 별도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주담대를 취급하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당국에선 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현재 50%인 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1금융권(40%)에 준하는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 등 추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022년 10월 뒤 계속 감소하다가 올해 8월 전달보다 5천억 원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9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5천억 원 줄며 감소로 전환했다.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으로 기타대출이 1조2천억 원 줄어든 영향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7천억 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이 소폭 줄며 2금융권 대출시장도 안정세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감소는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으로 일시적으로 기타대출이 줄어든 효과일 뿐 주담대는 오히려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10월은 분기 말이 아닌 만큼 부실채권 상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금융권 가운데 특히 보험업권은 금융당국 행보에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9월 2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업계와 달리 보험업계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보험업권 가계대출은 8월 3천억 원 늘어난 데 이어 9월 4천억 원 늘어났다.
반면 2금융권에 속하는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9월 가계대출은 각각 4천억 원, 4천억 원, 2천억 원 줄었다.
▲ 금융당국이 11일 발표한 ‘2024년 9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금융권 가운데 보험업권만 가계대출이 8월보다 늘어났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
이는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대출 난민’들이 보험사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대출 가능한 곳을 찾아 보험사 등 2금융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특히 8월부터는 대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보험사 주담대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주담대가 보험업계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주담대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2금융권 회의 소집 뒤 금융당국이 대형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업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마련하기 전부터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3일 유주택자 주담대를 막기 시작했다.
보험사 가운데 주담대 취급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이 선제 대응에 나서자 다른 보험사도 문턱을 높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대출 실수요자 사이에 퍼졌다. 이에 오히려 보험사 주담대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화생명도 급증한 주담대 수요와 관련해 9월5일 신청 접수를 조기 마감하고 10월 신청분부터 금리를 인상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한화생명 주담대는 15일 기준 11월 한도도 모두 소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보험사들은 애초 주담대 취급규모 자체가 적어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주담대 시행 건수와 금액이 평소보다 늘어난 것 맞지만 주담대는 원래 보험사 주요 상품이 아니다”며 “기존 취급 규모가 작다보니 대형 보험사도 준비해둔 금액이 적어 금방 소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사 주담대 취급 규모는 은행권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8월 말 기준 보험사 주택 관련 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사 빅3의 주담대 잔액은 30조 원 규모로 잔액 기준 5대 은행 568조 원의 약 5%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보험사 주담대는 금리 자체가 은행권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 실행 건수와 관심도 모두 낮았다. 이에 지금까지 금융당국 관리감찰 집중 대상에선 빗겨나 있었지만 최근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며 감독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보험사들은 주담대 금리를 높이고 유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하는 등으로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당분간 차주 신용등급 심사와 대출잔액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며 금융당국 지도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