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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 |
르노삼성자동차가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닛산 로그의 다음달 북미수출 물량생산에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달 출시한 SM5디젤도 시장수요에 맞춰 제때 내놓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동훈 영업담당 부사장은 르노삼성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는데 파업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 불가피
12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노사양측은 넉 달째 8차례나 협상을 열었으나 핵심쟁점에 대해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부분파업의 규모도 점차 확대되면서 손실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8일 야간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11일에도 다시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자동차회사 중 파업을 가장 일찍 시작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사흘 동안 조합원 총회를 열어 재적인원 대비 90.7%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하고 14일 출정식을 마쳤다.
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난 지난주에도 회사와 2차례 교섭에 나섰으나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로써 지난 4월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한 이래 모두 8차례 협상을 가졌으나 모두 무위로 끝났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손실도 커지고 있다.
회사는 7월22일과 25일 부산공장 부분파업으로 자동차 640여 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지면서 매출액 기준 129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이달 들어 두차례의 부분파업에 따른 손실도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노조는 더욱 파업을 확대하려고 한다. 노조 측은 오는 13과 14일 주야간 8시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는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1천여 대의 생산차질로 170억 원 가량의 매출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생산직 과장급 90여명의 진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회사는 8차 본협상에서 기본급을 4만 원대에서 6만4천 원으로 인상하고 500만 원에 가까운 일시금 지급을 제안하며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는 승진문제부터 해결할 것을 고수하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도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단호히 맞서고 있다. 회사상황이 어려운 마당에 높은 직급자의 비율이 늘면 경영에 부담이 늘어난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또 인사와 경영권은 사측 고유의 권한으로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노조측은 이밖에도 생산직 전화배치 인력 원직복구, 조립 추가인력 투입, 조립 아웃소싱 재배치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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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5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르노삼성차 노조원 수백 명이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뉴시스> |
◆ 시름 깊은 박동훈 영업담당 부사장
박동훈 부사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르노삼성차의 예전 위용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 상반기 실적상승을 이끌며 르노삼성의 부활을 예고하는 듯했다. 상반기 신차효과로 실적이 개선된 데 고무받아 다음달부터 해외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사갈등이 격화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기대만큼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외수출 물량을 공급하는 데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으로부터 발주받은 닛산 로그의 북미수출 물량을 9월부터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이를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회사는 “연간 8만대 물량을 본사로부터 배정받았으나 생산차질이 계속될 경우 일본 등 다른 지역공장에 물량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시장에서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차가 지난달 출시한 SM5 디젤모델은 출시 한 달 만에 사전예약자가 3200명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생산차질이 빚어지면서 현재까지 고객 인도분량은 수백 대에 머물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고객들의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전예약 취소는 물론 잠정구매 고객들의 이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국산차 판매순위 3위를 기록했으나 2011년 한국GM에 밀려 4위를 했고 지난해 5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QM3와 SM5디젤 등 신차를 출시하면서 상반기 국산차 판매량에서 큰 증가세를 보였다. 르노삼성차는 상반기 6만2742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내수시장에서 르노삼성차의 판매대수는 총 3만6천9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5%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