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업계가 미국 대선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가운데 누가 되든 미국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용권 KTB증권 연구원은 7일 “도널드 트럼프 후보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주의(NA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후보가 미국 정권을 차지하더라도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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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즈의 미국 대통령선거 당선가능성 예측 이미지. |
차기 미국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전면수정하는 정책을 시행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트럼프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기아차가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미국에 수입할 경우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멕시코에서 수입한 완성차에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9월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최악의 협정”이라며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3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미국판매 차량 가운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비중은 44%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올해 5월부터 멕시코공장을 가동시켜 멕시코공장 생산량의 60%를 미국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으로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현대차 역시 경쟁사보다 미국생산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76만2천 대 가운데 75%를 미국에서 생산했다. 기아차보다 미국생산 비중이 높지만 미국과 일본 등 경쟁사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GM과 포드, FCA그룹, 혼다, 닛산 등 경쟁사 5곳의 미국판매 차량의 미국생산 비중은 평균 79%였다.
문 연구원은 “차기 미국대통령이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차량에 관세장벽을 강화한다면 현대차가 미국판매물량을 조달하는 것과 가격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후보도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클린턴 후보가 5월 데니스 윌리엄스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와 만나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후보가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두고 성공적인 협상이 아니었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7일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각각 45.3%와 43%로 박빙의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