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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4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안 전 수석과 직접 접촉한 기업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이미 직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 전 수석의 혐의에 접촉한 내용이 적시될 경우 이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4일 안종범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순실씨와 마찬가지로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때 최씨와 공모해 미르와 K스포츠에 800억 원가량을 출연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5일 밤 늦게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안 전 수석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는 안 전 수석보다 앞서 3일 구속됐다. 안 전 수석 역시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수석과 직접 접촉한 기업인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이 어떤 기업과 접촉했고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추적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업인이 피해자로 받아들여지면 참고인 선에서 조사가 날 수 있지만 청탁이나 대가성이 있다고 보면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경우 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회사 규모에 따라 일정한 비율대로 자금을 출연한 정황이 있어 대가성이나 청탁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개별 접촉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재단과 전경련 등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안 전 수석과 기업이 직접 연결됐다면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 전 수석과 직접 접촉한 기업들은 검찰수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영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K스포츠가 70억 원의 투자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안 전 수석과 직접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 회의록에 따르면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이중근 회장, 김시병 부영 사장은 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 안 전 수석이 동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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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
정 전 사무총장은 부영에 체육인재 육성 거점시설 건립 및 운영 등 70억 원대 투자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영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씨가 보고를 받고 조건이 있다면 놔두라고 해 투자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영은 “이 회장은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며 “세무조사와 관련된 요청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중인 기업의 총수와 청와대 수석이 마주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검찰이 부영그룹에 대한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안 전 수석은 포스코에도 스포츠단 창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이 포스코에 배드민턴단 창단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안 전 수석은 포스코가 기존에 거느린 여러 종목 선수단을 모아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K스포츠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안 전 수석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직접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권 회장은 안 전 수석과 통화도 한 적이 없다”며 “결과적으로 스포츠단 창단 등이 성사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안 전 수석은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전경련을 통해 미르와 K스포츠에 지원했는데도 별도로 최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에 각각 80억 원, 70억 원을 지원하도록 요구하는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박 대통령의 이 말이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로 작용할 것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