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일본 샤프 인수를 계기로 부품전문업체에서 탈바꿈해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디지털사이니지 등 완제품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홍하이그룹이 완제품시장에 뛰어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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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4일 대만 전자전문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이 디지털사이니지 제품과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별도 연구팀을 꾸리고 시장진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대만 철도청과 홍하이그룹은 이미 대만 중앙역에 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사이니지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제품은 샤프가 생산한 200여 개의 55인치 UHD패널로 구성되며 광고에 활용된다.
홍하이그룹은 이런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샤프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홍하이그룹의 기술력으로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지털사이니지는 광고와 안내 등에 사용되는 대형 상업용 디스플레이로 기업간거래(B2B)사업에 포함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스플레이 신사업으로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디지털사이니지는 수익성이 높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판매 축소를 만회할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형LCD에 장점을 갖춘 샤프의 기술력으로 홍하이그룹이 시장진출을 본격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홍하이그룹은 증강현실기술로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이 화면 안에 등장하게 하는 기술과 디지털사이니지를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홍하이그룹은 샤프 인수효과로 사물인터넷 가전제품 등 완제품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부품사업 외로 사업분야를 넓히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샤프는 이전부터 가전제품과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사업을 지속해왔는데 실적부진이 이어지며 사업을 크게 축소했다. 하지만 홍하이그룹의 인수로 재도약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샤프의 가전제품사업은 그동안 일본시장에만 편중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업체와 경쟁에 약점으로 꼽혔다”며 “홍하이그룹의 인수로 전략에 큰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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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샤프가 출시했던 TV와 생활가전제품. |
홍하이그룹은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 등으로 확보한 제조기술력을 활용해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자체 스마트폰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홍하이그룹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노키아 브랜드 사용권을 인수한 데 따라 노키아 브랜드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 시일 안에 홍하이그룹이 대형 종합전자업체로 도약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레드패널 등 부품사업에 이어 완제품사업도 경쟁구도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홍하이그룹은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데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전제품사업 진출확대를 위해 국내의 동양매직 인수전에도 뛰어들기도 했고 독일 컴퓨터업체와 오스트리아 사물인터넷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홍하이그룹은 중국 가전과 TV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샤프의 완제품사업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보급형 제품으로 물량공세를 벌이며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