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MBN은 3일 청와대 핵심인사가 "VIP의 뜻"이라며 CJ그룹 최고위 관계자에게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VIP는 대통령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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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
공개된 녹음파일에 2013년 말 CJ그룹의 최고위 인사가 청와대 핵심인사와 통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구속된 상태였고 이미경 부회장이 CJ그룹의 실질적 경영을 맡고 있었다.
이 인사는 'VIP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라며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압박했다.
전화를 받은 CJ그룹 관계자가 “그럼 VIP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라고 되묻자 이 인사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CJ그룹 관계자가 “VIP 뜻은 확실하신 거에요”라고 재차 확인하자 이 인사는 “확실하다. 직접 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그래서 빨리 가시는 게 좋겠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라고 수사을 거론하면서 퇴진을 압박했다.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CJ그룹이 당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많이 다뤘던 점이 청와대를 거슬리게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CJ그룹은 대선 당시 토론과 개그프로그램에서 야권인사에 우호적 내용을 내보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문재인 후보가 관람하고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해 보수세력으로부터 '종북방송'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재계에서 이 부회장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등 여권과 관계가 계속 악화됐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간 중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싸이'와 함께 행사를 주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박 대통령은 '내가 들러리 선 것이 아니냐'며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이 부회장의 태도와 행동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녹음파일에 나오는 인사는 2014년 여름 경질됐다.
이미경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돌연 미국으로 떠나면서 CJ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2년째 외국에서 머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