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 수사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그동안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에틸렌 시장에 주력했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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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
3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8107억 원을 냈다. 이미 지난해 냈던 영업이익 1조6111억 원을 훌쩍 넘었다.
이 속도라면 올해 2조 원이 넘는 흑자를 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실적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뿐 아니라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검찰조사를 받는 등 악재 속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검찰은 8월에 허 사장을 소환조사해 롯데케미칼의 비리의혹 등을 조사했다. 업계는 허 사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 하반기에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 우수한 성과를 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경쟁사인 LG화학보다 3분기 연속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까지 낸 누적매출은 모두 9조5521억 원이다. LG화학이 낸 매출(15조1473억 원)의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놓고 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의 누적 영업이익을 약 3천억 원가량 앞서며 수익성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배경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로 쓰이는 에틸렌시장의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년에 에틸렌을 모두 282만 톤 생산한다. 이는 석유화학업계 1위기업인 LG화학이 생산하는 에틸렌 양보다 약 62만 톤 많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시장이 호황을 누리기 이전부터 에틸렌 생산기업을 인수합병하며 선제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허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재직할 때부터 현대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 인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
허 사장은 2010년에 에틸렌 연간생산량이 72만 톤에 이르는 말레이시아기업 타이탄을 인수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 가운데 에틸렌 생산량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허 사장이 타이탄을 인수한 효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라 에틸렌업황은 2014년까지 부진했는데 이를 두고 석유화학업계는 롯데케미칼이 1조5천억 원을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에틸렌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프레드란 제품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것을 일컫는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량을 기반으로 영업이익률도 국내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22%를 기록해 LG화학, 대한유화 등을 제치고 영업이익률 선두를 차지했다.
롯데케미칼은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중국기업의 가동률 감축 등에 따라 롯데케미칼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매출 13조1830억 원, 영업이익 2조354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46.1%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