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두고 정치권에서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처음 제안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사과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입장도 통일돼 있지 않은데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이 가능하지 않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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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
안 전 대표는 31일 “문 전 대표께서 거국중립내각을 말씀하셨을 때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그 다음날 제안한 게 여야 합의총리”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국회의원 연석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거국내각을 하려면 여야가 다 모여 어느 장관은 어느 당에서 추천하는지 이런 합의들이 있어야 하지만 그게 지금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굉장히 어렵다”며 “따라서 여야가 합의한 총리를 뽑고 청문회 등을 통해 국회에서 검증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한 상태”라며 “내치는 총리가, 외교는 대통령이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외교권도 총리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가 말한 여야 합의총리란 명칭만 총리일 뿐 사실상의 대통령인 셈이다.
여야 합의총리론은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누리당이 황교안 총리 후임으로 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안 전 대표의 발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존재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전 대표는 26일 ‘표류하는 국정을 수습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을 향해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며 거국중립내각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새누리당은 거국내각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며 ‘자격론’을 앞세웠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짝퉁 내각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덮겠다는 것인가”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거국중립내각은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한 하나의 제안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청와대가 짜맞추기를 하는 정황이 발견되는 상황에서 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도 31일 페이스북에서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의 총리를 추천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며 “국면을 모면하고 전환하려는 잔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거국중립내각은 새누리당이나 몇몇 유력 정치인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허수아비 거국내각이 출발한다면 장식용 내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거국중립내각 보이콧에 반발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심사숙고 끝에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대통령께 건의드렸으나 야당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거부했다”며 “하야정국, 탄핵정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더 이상 정략과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국정수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로 전환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