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8-19 15: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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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인도, 중국 등에서 새로운 AI 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며 TSMC를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인공지능(AI) 칩 출시를 선언한 인도 자동차 기업 올라(OLA) 등 신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며 TSMC를 추격한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TSMC가 밀려드는 AI 반도체 수요에 생산라인이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우선순위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에 따라 새로운 반도체 파운드리를 찾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전자 기업들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DS 사업부문은 메모리반도체 판매 확대로 올해 상바기 수익이 증가했지만, 파운드리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율(완성품 비율)과 전력 효율 문제로 올해 수 조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나노 이하 공정 기술력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오랜 고객사였던 구글과 퀄컴 등을 TSMC에 빼앗겼다. 올해 2분기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13% 점유율로, TSMC 63%에 한참 못미쳤다.
다만 ‘AI 붐’과 함께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러 기업들이 자체 AI 칩 생산을 발표하며 새로운 잠재 수요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자동차 기업 올라의 최고경영자(CEO) 바비시 아갈왈은 인도 최초 AI 반도체 ‘본다이1’과 온디바이스 AI 칩 ‘아자스’를 2026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바비시는 “파운드리 측면에서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가 TSMC와 삼성전자를 모두 언급했지만, AI칩 수주 경쟁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TSMC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보인다.
▲ 인도 자동차 기업인 올라(OLA)의 바비시 아갈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인도 최초 인공지능(AI) 칩인 '본다이1' 개발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올라>
트렌드포스는 최근 TSMC가 2026년까지 예정된 엔비디아, 구글,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주문만으로 이미 공장을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추가 수주한 반도체 생산을 위해 현재 미국, 일본 등에 새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공장 완공까진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TSMC는 사실상 AI칩 파운드리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고객사에게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 매체 커머셜타임즈는 올해 TSMC가 넘쳐나는 수요에 자사의 2.5D 패키징 기술인 'CoWoS' 3나노 공정 가격을 5% 인상할 것이며, 내년엔 10~20%까지도 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새로운 기업들과 파운드리 계약을 맺고 있다. 85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이끌어낸 미국의 새로운 AI 칩 기업 그로크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선택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일본의 AI 반도체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와 2나노 기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프리퍼드네트웍스는 이전 TSMC의 고객이었다.
게다가 미국 AI 칩 중국 규제 강화로 TSMC와 계약이 불투명해진 화웨이 등 중국 전자 기업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 IT 매체 샘모바일은 “미국 규제로 대만 파운드리 기업과 협력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 중국 기업들 덕분에 삼성전자가 지정학적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이 최신 AI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만, 일본, 네덜란드 등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기업인 TSMC는 올해 2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16%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규제로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TSMC와 거래가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을 새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만은 미국의 대중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하지만,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제외하면 미국의 대중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지난달 말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9월 예정된 미국의 강도 높은 대중 AI 반도체 규제에 한국은 제외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샘모바일은 “한국은 대만처럼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해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보다 외교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