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한 30조 원 정도의 특별현금배당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할 경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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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8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어 주가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207만 원으로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 등 여러 주주친화정책 가능성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주가부양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1월 안에 향후 주주친화정책의 방향성을 정해 시장과 공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른 시일 안에 배당확대 등 주가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계획을 밝힌 뒤 올해 9월까지 모두 11조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주주들은 삼성전자가 현금배당을 확대하는 등 투자자에 좀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뒤 삼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과 30조 원 정도의 특별현금배당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당장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조직개편을 이뤄낸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 시가총액 비중이 적은 투자부문의 지분을 계열사와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배당확대로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할 경우 투자부문의 시가총액은 80조 원, 사업회사의 시가총액은 168조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봤다.
윤 연구원은 “오너일가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진 뒤 특별배당을 실시하면 전체 배당의 30% 정도는 삼성그룹 계열사와 오너일가에 돌아갈 수 있다”고 봤다.
삼성그룹의 상황을 고려할 때 30조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면 오너일가와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고 주주들에게 지지를 얻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부문의 합병에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상속을 앞두고 삼성전자의 배당확대로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봤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특별배당금 요구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중장기적으로 주당 현금배당을 3만1천 원으로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은 2만1천 원이었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에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것은 주주친화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내비친다”며 “주주를 위한 최선의 배려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