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중국의 경기둔화와 북핵문제 등을 들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기획재정부는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2년 9월 부여한 ‘AA-’등급을 유지했다고 21일 밝혔다.
피치는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함께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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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는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2년 9월 부여한 ‘AA-’등급을 유지했다고 21일 밝혔다. |
무디스가 지난해 1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올렸고 스탠더드앤푸어스는 8월 초 ‘AA-’에서 ‘AA’로 상향해 피치도 이번에 한단계 높일 것으로 관측됐지만 무산됐다.
피치가 평가한 ‘AA-’등급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의 신용등급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이다.
피치는 한국의 수출이 줄었지만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한 데다 확장적 거시정책이 내수를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피치는 △중국 경제의 둔화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문제 △가계부채 △악화된 남북관계 등을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피치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중국의 경기둔화에 영향을 받아 올해 2.8%, 내년 2.9%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를 정부의 전망치와 비교하면 올해는 같은 수준이고 내년은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순대외자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4% 수준에 머물러 ‘AA’등급을 받은 국가들의 평균인 45.5%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는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면 한국경제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위험요인으로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문제를 꼽았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1.24%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40개국 평균(1.68%)보다 낮았다. 특히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비스분야와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피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와 규모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의 높은 수준과 빠른 증가세는 가계 소비성향과 외부충격에 따른 한국경제의 대응여력에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도 고질적인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피치는 북한의 핵실험, 개성공단 전면폐쇄 등을 둘러싼 긴장상황과 불투명한 북한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가 등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통일 시나리오는 정치적 안정과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는 편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치는 앞으로 등급 상향요인으로 공공부문 부채감소, 성공적인 구조개혁 등을 꼽았다. 반면 이런 과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등급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