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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딜런. |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갑론을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중가수에게 문학상이 주어지면서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둘러싼 찬반논란도 뜨겁지만 이례적 선정결과가 낳은 또 다른 이변도 지속되고 있다.
18일 주요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뒷이야기가 무성하게 나온다.
미국 포크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밥 딜런은 14일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하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노벨문학상 시상이 시작된지 100여 년만에 대중음악 가수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문학인으로 범위를 넓혀도 영국 윈스턴 처칠 영국수상, 철학자로서 명성이 더 높았던 프랑스 장 폴 사르트르 등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노벨문학상은 어느 분야보다도 화제성이 높고 그에 따른 파급력도 크다. 특히 해마다 출판업계는 노벨상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중가수의 수상으로 음반시장에서 노벨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이변이 나타났다.
14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17일까지 3일 동안 국내에서 밥 딜런 음반 판매량이 1천 장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멜론 등 음반차트에서도 밥 딜런의 앨범과 대표작들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밥 딜런이 1966년에 공연한 라이브 실황을 담은 36 CD 박스셋 ‘Bob Dylan: The 1966 Live Recordings’도 11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밥 딜런은 올해 75세의 노장이다. 음반 혹은 음원의 주된 수요층이 10~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물론 출판시장도 밥 딜런 특수를 일부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출간한 문학세계사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만났다. 수상자 발표 직후 8천 부 이상이 팔려나간 데 힘입어 18일부터 개정판을 새로 출간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상징적이고 이례적인 사건중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성한 논의들을 요약하자면 노벨위원회가 문학으로 틀지어진 형식의 파괴에 나섰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취지상 세계문학을 대상으로 하지만 과거에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특정 문화권의 국가가 수상을 독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양한 언어권의 문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림원도 2000년대 이후 오르한 파묵(터키, 2006),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 2010년), 모옌(중국, 2012년) 등에 수상의 영광을 안기면서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올해는 대중가수 최초의 수상자를 내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시와 소설, 희곡 등 근대 이후 유지돼 온 텍스트 중심 장르 위주의 문학에 대한 통념을 아예 허무는 시도를 한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문학인들 가운데는 문학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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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자서전과 음반이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
반면 하버드대에서 ‘밥 딜런 세미나’란 제목으로 교양강좌를 진행해온 리처드 토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딜런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문학과 음악이라는 이질적인 영역을 통섭한 문화 현상 그 자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밥 딜런이 정작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밥 딜런은 선정 직후 공연에서 무반응을 보인 것은 물론 현재 노벨재단 측과 시상식 참석과 관련한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1월23일까지 해마다 진행해온 콘서트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노벨상 수상자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해 기념 강연을 한 뒤 상금으로 800만 크로나(약 10억 3천만 원)을 받도록 돼 있는데 밥 딜런의 참석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영국 가디언은 밥 딜런의 수상식 참석과 관련해 대표곡 타이틀을 인용해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