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한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개편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된다.
삼성그룹이 이를 계기로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경우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고 배당성향이 높아져 주가상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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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삼성전자의 분할은 삼성그룹의 주주가치증대를 견인할 핵심 사안”이라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이 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등 삼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공식서한을 최근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가 30조 원에 이르는 특별현금배당을 실시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았다.
오 연구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이런 내용이 내년 3월 열리는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62%로 비중이 높지 않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잇따라 엘리엇 측의 입장을 지지하며 영향력이 점점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최대 위기를 맞으며 주가도 크게 하락해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영향력이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삼성그룹도 이전부터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충분한 명분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현금배당 등 실질적 혜택을 기대해 주주총회에서 엘리엇 측의 주장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의 조직개편이 가속화되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할 경우 사업회사의 가치가 재평가돼 합산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배당성향을 높여 추가적인 주가상승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2007년 이후 인적분할 상장사 27곳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9개월만에 90% 이상의 시가총액 상승효과를 봤다”며 “배당성향이 높아지는 추세도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지주사체제 전환을 어렵게 하는 경제민주화법안 발의가 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을 늦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대규모 현금배당 등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에 부담을 느끼더라도 결국 이를 받아들여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의 분할 외에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며 “기업가치 측면에서 분할이 이로운 결정인 만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