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봇물을 이루면서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 초점을 맞춘 지배구조 개편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되는데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움직임 역시 삼성전자 분할을 앞당길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가 삼성전자 분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경제민주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과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상 보유 주식에 대한 위험량 확대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삼성전자 지분구도는 지속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또 “삼성그룹 자사주 보유 현황은 40조 원에 육박한다”며 “자사주의 분할 신주 배정 금지 관련 상법 개정안 역시 인적분할을 촉발할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20대 국회가 16년만에 여소야대이자 3당 구도가 형성되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에 영향을 미칠 법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인 법안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보험사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대부분의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유예기간 5년을 적용한다 해도 7%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상속세 재원 마련도 빠듯해 자금여력이 없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역시 자금여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인데다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때문에 지분취득이 불가능하다.
자금력이 충분한 삼성전자는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취득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계열사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서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방법 외에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면 전자 지주회사가 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다”며 “삼성물산이 전자 지주회사 지분을 매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보험업법 개정안 외에도 여럿 대기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분할해도 지주회사가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이 지주회사 요건에 미치지 못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추가로 지분을 매수해야 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면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진 의원은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기가 머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오 연구원은 “보험업법상 전략적 지분 보유 목적에 따른 예외인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018년 말에는 대주주의 지주회사 전환 목적 현물출자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역시 일몰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 법안의 20대 국회 통과가 미뤄져도 2017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며 “2012년 대선시 경제민주화 정책이 핵심 화두로 부상한 바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