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집 마련에 나서는 대출 예정자들이 금리 선택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내림세에 금융소비자들이 고정금리 상품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다만 기준금리 연내 인하가 불투명해 변동금리 상품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대환대출 시장 활성화에 따른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도 고려해야 할 변수로 여겨진다.
▲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대출 예정자들이 상품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지고 있다. |
22일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3월 새로 취급한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57.5%로 2월(65.6%)보다 크게 줄었다.
새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은 올해 1월(65.9%)부터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에 변동금리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차이가 크게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하단 기준 차이는 올해 초 1.24%포인트에서 현재 0.54%까지 좁혀졌다.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5년물) 금리가 큰 변동이 없었던 것과 달리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5개월 연속 하락한 데 영향을 받았다.
현재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3.80~6.18%, 고정금리는 3.26~5.60%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장의 기대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어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인하 시기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 있어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안에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며 “한은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높일 것 같고 물가도 안정되지 않아 기준금리를 내릴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대출 갈아타기 시장이 활성화한 점도 돈을 빌리는 소비자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올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적용대상을 주담대(아파트)와 전세대출로 확대하며 은행권의 금리 경쟁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낮은 금리를 앞세워 대환대출 수요를 빨아들이며 올해 1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일단 대출을 받은 뒤 향후 갈아타기를 통해 더욱 낮은 금리를 찾아갈 길이 열린 것인데 이때 고려해야 할 변수로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꼽힌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면 금리 인하 시기 더욱 과감히 대출 갈아타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은 보통 대출 시행 3년 이후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2022년 2월 주담대를 내놓은 뒤 꾸준히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등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읺는다.
▲ 정부는 지난해 출범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적용대상을 신용대출에서 올해 주담대와 전세대출로 확대하며 은행권의 경쟁을 유도했다. |
은행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주담대 시장에서 규모를 키웠다”며 “주담대를 출시한 2022년부터 6개월 단위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향후 시중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 정책에 대대적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도 나온다.
여야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은행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국민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4월 총선에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국민의힘은 가계대출 전체는 아니어도 중도상환수수료를 합리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업계에서는 중도상환 수수료 변화를 주시하는 동시에 한도와 이용기간에 따라 대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 연구원은 “아직 확정되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중도상환 수수료 폐지 추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선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어 “이용기간이 짧고 대출금액이 작다면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앞으로 금리변화에 따라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이용기간이 길고 대출금액이 크다면 고정 또는 5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주기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