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주가 리포트에서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
|
|
▲ 국내 증권사 5곳이 12일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의 평균치가 실제 삼성전자 주가보다 21.9%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배터리 폭발사고가 일어난 갤럭시노트7. <뉴시스> |
국내 증권사 5곳이 12일에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종합하면 196만6천 원에 이르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153만5천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보다 21.9%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이전보다 하향조정한 증권사도 1곳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증권사들은 대체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크게 하락한 데 갤럭시노트7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먼저 반영됐다는 것이다.
유종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노트7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단기적으로 조정될 수 있지만 IT산업의 전반적인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어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갤럭시노트7이 단종돼도 투자포인트로 제시해 왔던 반도체 부문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부문의 실적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규모 리콜이나 미국 정부의 사용중단 권고 등 갤럭시노트7과 관련된 악재가 터졌을 때 일시적인 충격으로 판단하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서 7일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하자 목표주가를 올혔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170만6천 원에서 3거래일 만에 10% 이상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심하게 출렁이고 있는데도 증권사 리포트에는 이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는 1월1일~10월11일 동안 7번이나 하루에 4% 이상 등락했다. 2015년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에 4% 이상 오르내린 적은 4번에 머물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등이 얽히면서 삼성전자 주가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목표주가가 단기적인 사안으로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 지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점도 증권사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쉽사리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2일 기준으로 215조9428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7% 정도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 지수의 상관계수도 최근 0.8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삼성전자 주가 리포트에 더욱 강하게 반영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갤럭시노트7의 출시나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됐을 때 목표주가를 금방 올렸던 반면 배터리 폭발사고의 영향을 주가 전망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느린 편”이라며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