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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에게 혁신적 변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변화’라는 화두에 SK그룹 경영진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경영진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 회장은 6월 계열사 경영진에게 사업모델을 과감히 바꿀 것을 요구했는데 이 자리는 SK그룹이 향후 변화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SK그룹 경영진 세미나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과 주요계열사의 경영진 40여 명은 12일부터 경기도 SKMS 연구소에 모여 합숙세미나에 들어갔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14일까지 2박3일 동안 이어진다. 계열사의 경영진이 돌아가면서 회사의 운영계획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는 SK그룹의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본격적으로 그룹 운영의 틀을 잡는 자리라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그룹의 현황 파악과 사적인 문제가 겹치며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다 올해 6월 말 계열사 경영진에게 큰 과제를 던졌다.
이번 세미나 때까지 앞으로 조직문화와 사업방향 등 회사운영 전반에 걸쳐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계열사 경영진에게 이번 세미나는 지난 3달 동안 마련한 계획을 심사받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력하게 메시지를 던진 만큼 각 계열사가 3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가 SK그룹 운영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SK그룹 계열사는 현재 대부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고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거의 성공이나 관행에 머무르지 말고 사업모델을 과감하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돌연사(sudden death)할 수 있다”며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핵심계열사 무엇을 내놓을까
특히 SK그룹의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이번 세미나에서 어떤 계획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정철길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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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왼쪽)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황 호조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업은 유가 변동과 정제마진의 등락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유사업 외에 다른 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SK이노베이션 대표를 맡은 뒤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충남 서산에 자리한 배터리공장 증설을 추진해 생산용량을 기존과 비교해 25%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착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장동현 사장은 SK텔레콤의 수정된 플랫폼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플랫폼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미디어, 생활가치,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이후 사업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장 사장은 인수합병이 무산된 뒤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인 ‘T맵’을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면서 새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수합병이 무산된 뒤 우선 모바일 인터넷방송(IPTV)인 ‘옥수수’와 기존 인터넷방송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밖에도 플랫폼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박성욱 사장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주력인 D랩사업의 업황 회복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3D낸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D낸드 기술은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기술인데 기술력이 높아질수록 생산단가를 낮추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3D낸드 기술력이 크게 뒤쳐져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낸드플래시부문에서 각각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도시바와 인텔 등 글로벌 경쟁자들이 내년부터 3D낸드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