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면서 조급함과 협력사를 고려하지 않는 독주로 생산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를 조급하게 재촉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출시는 조급한 면이 엿보였다”며 “협력사들과 동반성장보다 독주에 주력하다 판매중단 사태로 치닫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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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갤럭시노트7 글로벌 리콜을 실시한데 이어 11일 다시 판매를 전면중단했다. 리콜 원인이 된 배터리 결함을 수정한 제품에서 발화사고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내놓은 갤럭시S7 시리즈가 세계시장에서 흥행하며 스마트폰 실적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방수기능과 저조도 카메라 등 체감성능을 높인 변화가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이런 장점을 모두 적용하고 아이폰7보다 앞서 시장을 선점해 실적개선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시일자를 이전작보다 앞당겼다.
하지만 무리한 개발일정 단축이 품질관리체계에 허점을 남겨 걷잡을 수 없는 리콜사태와 2차 판매중단을 불렀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무선사업부와 부품공급사에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당기기 위한 압박을 강화했다”며 “아이폰7과 경쟁을 의식해 서두른 결과로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흥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2013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하며 성장정체를 맞았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스마트폰시장이 애플과 중국업체의 양강체제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개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스마트폰사업에서 실적을 회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점들이 결국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출시의 조급함을 낳았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삼성전자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증권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이 연구원은 “이번 판매중단에 따른 소비자 반응은 이전 리콜 때와 사뭇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실적타격과 중장기적 브랜드가치의 훼손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파악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에서 갤럭시노트7의 추가 발화사고 원인이 발표되면 삼성전자의 대응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타격을 만회하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 등 다른 제품 판매도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추가 발화사고의 원인이 배터리가 아닌 스마트폰 설계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삼성전자의 품질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의혹은 다른 제품으로 충분히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품질관리와 부품공급체계를 보완하고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선제적 생산중단조치로 브랜드 이미지의 추가적 훼손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내부 생산관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중장기적 성장성을 지켜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판매를 전면중단해도 삼성전자가 4분기 영업이익에 받을 타격은 7천억 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품질검사에 더 집중하면 이번 사태는 단기적 이슈에 불과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