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다시 파업을 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등 초강수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11일 정부와 노동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성과연봉제 등 정부정책에 반발해 파업전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이 노정대립에 기름을 붓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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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재개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현대차 노조의 쟁의대책위원회 결정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현대차 노조가 다시 파업하면 장관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 실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긴급조정권은 노조 쟁의행위가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되는 조치로 파업과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노사가 중노위 위원장의 중재를 따라야만 한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이후 지금까지 단 네차례만 이뤄질 만큼 강도높은 정부 개입조치다. 가장 최근 발동된 것은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때로 10년이 넘게 지났다.
여당도 정부 편에 서서 파업을 비난하며 명분을 쌓기 위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54명은 10일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의 전면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하 의원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개별 기업의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보호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국내 여타 연관산업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의 경우 일정수준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안팎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개별 기업의 파업으로 보기보다 정부와 노동계 대립의 최전선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속해 있는데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맞서 총파업을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7월 징역 5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경고에도 현대자동차가 다시 파업에 들어갈 경우 더 큰 규모의 노정대립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말을 맞아 노동계의 갈등양상이 심화하는 추세라 현대차 파업사태의 파장은 더욱 주목받는다.
정부는 올해 들어 성과연봉제 등 노동정책을 놓고 노동계와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다. 9월 금융노조 총파업에 이어 10월 철도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도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반대해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겠다는 경고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박근혜 정부 말을 맞아 노동계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노정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며 “현대차 파업은 그 일부로 양쪽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