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도 올해 1분기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5일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이노텍은 1분기 예상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을 내면서 수익성 둔화 우려를 상당 부문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 25일 증권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가 3월2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직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회사는 올 1분기 매출 4조3300억 원, 영업이익 176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실적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전망치 1380억 원을 27%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회사 측은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수요 약세에도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공급과 적극적 내부 원가개선 활동, 우호적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메라 모듈 등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80% 가량이 광학솔루션 사업부가 납품하는 애플 카메라 모듈에서 나온다. 애플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5 시리즈의 판매 성적은 부진했지만, 제품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의 납품단가가 높아져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란 설명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북미 고객사(애플)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고부가 카메라 모듈이 탑재되는) 프로 맥스와 프로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이폰15 프로맥스에 적용된 폴디드 줌 카메라모듈 가격은 30달러(약 4만575원)로 전작 대비 3.8배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프리즘으로 빛을 굴절시켜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폴디드 줌은 고배율 줌을 구현하면서도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달러로 받는 납품대금의 원화 기준 가치가 커졌다는 점도 카메라 모듈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 카메라 모듈의 구조. < LG이노텍 >
증권업계는 LG이노텍이 1분기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자 연간 실적 전망치도 고쳐 쓰고 있다.
이민희 BNK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7790억 원)보다 33% 높은 1조37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 8950억 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상반기 비수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예상되고, 하반기 성수기에 진입하며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소재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사가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으면, 2년 만에 1조 클럽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회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 2022년 1조2718억 원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2023년 시장 침체로 전년 대비 34.7% 줄어든 영업이익 8308억 원을 내고 1조 클럽에서 빠졌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문혁수 대표는 첫 단추를 꿰는 데 성공하면서 실적 반등의 발판을 닦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수익성 회복은 애플과 환율효과에 영향을 받은 만큼, 문 대표는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사업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문 대표는 특히 사업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3월21일 서울 LG이노텍 마곡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광학솔루션사업부에서 글로벌 빅테크 고객과 함께 광학솔루션 사업을 세계 1위로 키워낸 경험은 LG이노텍 ‘1등 DNA’의 근간”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플립칩 볼그레이 어레이(FC-BGA) 등 반도체 기판, 전장부품 사업도 1등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