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국회의장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모두 정부를 향한 견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5월말 개원하는 22대 국회는 민주당이 175석, 조국혁신당까지 포함하면 187석에 이른다. 여기에 국회의장 유력 후보군들까지 '기계적 중립'이라는 과거 관행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며 여야 협치가 난항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민주당 정성호 의원(왼쪽)과 우원식 의원. |
22대 국회에서 5선 고지에 오르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차기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여당과 야당 사이의 기계적 중립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이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국회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의 김진표 의장이 중립적 태도로 주요 현안 법안에 여야 합의를 요구하면서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지금 국회의 위상과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며 “입법권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일상화돼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역시 5선으로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우원식 의원 역시 23일 페이스북에 "민생과 을(乙)을 지키는 정치에 중립은 없다"고 적었다.
우 의원은 "정치는 '가장 약한 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여야 한다"며 "22대 국회는 불공정, 불평등에 눈물 흘리는 ‘을들의 현장’에서 그들의 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적해 있는 사회경제적 개혁의 과제를 해결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22대 국회에서 6선이 되면서 가장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 역시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지난 21일 사무총장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를 회고해 보면 야권이 180석의 큰 의석을 갖고도 무엇을 했냐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질타가 있었다"며 "적어도 22대 국회는 그런 국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자도 최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회의장은 좌파도 오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 당선자는 "국회가 입법 대의기구로서 혁신과제를 어떻게 받드느냐의 문제"라며 "여당 말을 들어주느냐, 야당 손을 들어주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민주당 추미애 당선자(왼쪽)와 조정식 의원. |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열 권한을 갖고 있어 각종 법안 통과에 있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차기 국회의장 주요 후보군들이 관행적으로 유지되던 기계적 중립보다는 정치적 선명성을 내세우는 것은 '정권심판론'이 나타난 총선의 민심과 당원들의 의사에 부응해 당내 경선에서 지지를 얻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민주당은 각종 쟁점법안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강행처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강경 기류를 놓고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협치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3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에게 "민주당에서 의회 정치 복원을 하지 않겠다는 그런 류의 발언들을 보면서 '정말 멋진 정치 좀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민주당에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명령은 협치의 복원"이라며 "민주당에 호소한다. 우리 협치하자"라고 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