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에도 쓴웃음을 짓게 됐다.

부실채권비율이 취임 이래 사상 최고치로 올랐고 핵심계열사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해서다.
 
JB금융 최대 실적에도 '쓴웃음', 김기홍의 '믿을맨' 이승국 연체율 방어 시험대

▲ 이승국 JB금융지주 최고위험관리자(전무).


JB금융의 건전성 관리를 총괄하는 이승국 JB금융지주 최고위험관리자(CRO) 전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23일 증권가 보고서를 종합하면 JB금융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연체율 등 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JB금융은 자산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높은 기업가치의 정당화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 자산건전성 지표가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JB금융의 1분기 실적은 양호했지만 연체율 상승은 부담”이라며 “2024년 기대하고 있는 연체율 안정화를 확인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바라봤다.

전날 JB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열고 연결기준 순이익 1732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6%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올렸다.

호실적에도 증권가에서 인색한 평가가 나온 것인데 치솟은 부실채권비율이 배경으로 꼽힌다.

JB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로 집계됐다. 김기홍 회장이 취임한 2019년 3월 이후 가장 높다.

전날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어려운 환경 속 호실적을 냈다는 평가와 함께 연체율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승국 최고위험관리자(CRO, 전무)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전무는 김 회장이 2019년 3월 취임하면서 영입한 인물로 그해 5월부터 지금까지 JB금융지주의 위험관리를 도맡고 있다.

김 회장을 제외한 지주 임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JB금융에서 일하며 김 회장과 장기간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무는 김 회장이 강조한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라도 위험관리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연체율이 높아져 건전성이 나빠지면면 그만큼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JB금융은 전날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배당(105원)을 결정하며 분기별 균등배당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김 회장은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여해 “분기배당이 궁극적으로는 균등배당으로 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결산배당 등은 내년도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가능한 빠른 시기에 균등 분기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올해 들어 지주 차원의 리스크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무는 애초 지주 최고위험관리자뿐 아니라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CRO를 겸직했는데 지난해 말 은행 CRO에서 내려와 올해부터는 지주 최고위험관리자만 맡는다.

그룹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이자이익이 1분기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점은 이 전무의 건전성 관리 과정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JB금융 핵심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1분기 이자이익이 지난 분기보다 각각 2.0%, 0.7% 줄었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각각 0.03%포인트 감소한 2.78%과 2.81%로 나왔다.
 
JB금융 최대 실적에도 '쓴웃음', 김기홍의 '믿을맨' 이승국 연체율 방어 시험대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이자이익을 늘리려면 높은 금리의 대출상품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이는 곧 낮은 신용도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의 증가를 의미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JB금융 측은 고금리 핵심대출을 다시 늘려 순이자마진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연체율 상승과 건전성 악화가 진행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중금리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순이자마진 상승 전환은 다소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전무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부실채권이 늘었지만 대부분 담보를 낀 만큼 건전성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연체가 없고 연체가 많이 늘어난 쪽은 부동산 임대업과 음식 숙박업 쪽”이라며 “대부분 평균 담보비율이 94~95% 수준인 대출인 만큼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이나 신용성 유지 등 부담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1970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리스크 측정방법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위험관리 전문가다. 2006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선임조사역으로 일하며 금융권에 발을 디뎠다.

그 뒤 글로벌 회계법인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과 컨설팅회사인 에프원컨설팅,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 등에서 리스크관리 및 금융지주사의 바젤 도입 프로젝트 등을 주도했다.

2016년부터 KB캐피탈 리스크관리부장으로 일하다 2019년 5월 JB금융 최고위험관리자(CRO) 에 올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