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해운동맹을 주축으로 전세계 해운업이 재편되고 있는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11월 해운동맹 ‘2M’ 가입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2M 가입이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올해 6월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라인과 MSC와 2M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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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머스크라인과 MSC는 아시아지역과 태평양노선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상선을 해운동맹에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현대상선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물류대란 사태가 벌어지자 기존 한진해운 화주들이 머스크라인과 MSC에 짐을 맡기면서 두 해운사 입장에서 현대상선의 도움 없이도 경쟁력을 강화할 통로가 열리게 된 것이다.
실제 9월 한달 동안 부산항에 신청된 신규노선 선박 22척 가운데 12척이 머스크라인과 MSC의 선박이었다.
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선박 중 일부를 인수하는 점을 빌미로 2M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할 경우 2M의 동서항로 점유율은 31%가 된다. 한진해운 선박 중 일부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은 더 늘어난다.
그러나 미국의 운송감독기관인 연방해사위원회는 오션얼라이언스가 시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화물가격 협상에 나설 것을 우려하며 해운동맹 승인을 보류했다. 오션얼라이언스는 프랑스 CMA CGM, 중국 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 등 네 개 해운사의 해운동맹으로 이 해운동맹의 동서항로 점유율은 34%로 추산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 가입과 관련해 “2M과 체결한 양해각서는 법적구속력이 있다”며 “11월 예정대로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역시 법정관리 신청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거대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해운사였으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빌린 선박을 반납하고 소유 중인 선박도 매각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중소해운사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진해운은 내년 4월 일본과 독일, 타이완 해운사 5곳과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를 출범하기로 했지만 디얼라이언스 소속 다른 해운사들은 현재 한진해운을 배제하고 해운동맹을 출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으로 다수의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디얼라이언스 소속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올해 상반기부터 쿠웨이트 해운사인 UASC와 합병을 추진 중이어서 UASC가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 대신 UASC가 해운동맹에 가입할 경우를 디얼라이언스의 동서항로 점유율은 2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경우 거대 해운동맹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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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전 세계 해운사들은 해운동맹을 통해 선박을 공유해 비용을 감축하는 한편 해외 영업망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오션얼라이어스, 2M, 디얼라이언스 등 세 개의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전 세계 해운업이 재편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9월 말부터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국내 중견 해운사 3곳과 해운동맹 미니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4개의 동남아노선에서 15척의 선박을 공동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 동맹은 물류대란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거대 해운동맹에 맞서기에는 역부족하다.
현대상선이 2M뿐 아니라 다른 해운동맹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디얼라이언스의 경우 전신인 G6에 가입했던 현대상선을 배제하고 출범한 해운동맹인데다 오션얼라이언스의 경우 중국 최대 해운사인 COSCO가 자리를 잡고 있어 현대상선의 필요성이 떨어져 다른 해운동맹 가입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해운동맹 가입과 관련해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