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이 대규모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등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8월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을 100%로 높인다.
한은은 15일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 비율을 올해 8월 90%, 2025년 8월 100%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은행이 내년 8월까지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을 100%로 상향한다. |
한은은 “2023년 3월 대규모 예금 인출에 따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국내에서도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차액결제는 일정 기간 일어난 은행 사이 자금이체에 따른 채권·채무를 상계해 차액만을 지정시점에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은행 사이 소액거래는 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A은행 고객이 B은행으로 100만 원을 송금하고 B은행 고객이 A은행으로 50만 원을 송금했다면 A은행과 B은행은 우선 보유한 자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다음날 합산 차액인 50만 원을 A은행 계좌에서 B은행으로 보낸다.
이런 방식에는 확률은 낮지만 신용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사례처럼 짧은 시간에 상대 은행이 파산하면 거래 은행은 다음날 차액을 정산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 같은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각 은행으로부터 차액결제 규모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증권을 담보로 받아왔다.
담보제공비율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30%에서 출발한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은 지난해 8월 80%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7월에는 차액결제이행용 담보로 인정하는 증권의 범위도 넓혔다. 9개 공공기관 발행채,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일반금융채권은 상시 인정하기로 했으며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지방채, 우량회사채는 적격담보범위에 추가됐다.
한은은 금융기관 사이 신용리스크가 원천적으로 제거되는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실시간총액결제는 지급액과 수취액을 상계시키지 않고 지급지시 건별로 총액을 실시간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실시간총액결제 신속자금이체시스템을 도입한 주요국 중앙은행과 구축·운영 경험을 공유했다”며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실시간총액결제 방식 신속자금이체시스템의 IT 시스템 구성·운영방식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