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4.10총선 참패의 난국을 수습할 새 지도부 구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당내 주류 세력이었던 ‘친윤석열계(친윤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당의 주도권이 ‘비윤석열계(비윤계)’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떠오른다.
▲ 나경원 전 의원(사진)이 22대 총선 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나 전 의원이 11일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해진 뒤 동작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각각 5선과 4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 행보를 강화하며 당권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총선 참패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체제가 막을 내림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해 분위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존 비대위체제보다는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성립되는 지도체제가 혁신과 쇄신의 추진력을 얻기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당권주자로 정치권 안팎에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인물은 나경원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 등 비윤계 중진 정치인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여당은 줄곧 친윤계가 주도해왔다. 다만 친윤계가 주도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당정관계에서 종속적 위치에 머물며 제대로 된 기능을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더구나 4‧10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부각되며 여당이 참패한 탓에 당내 친윤계도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그동안 친윤계 위세에 눌려왔던 비윤계 인물들이 당권주자로 떠오를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나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출마해 5선 고지를 밟았다. 동작을은 서울 내 격전지인 ‘한강벨트’ 가운데 한 곳이다.
더구나 동작을은 민주당에서도 차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곳 가운데 하나다. 선거 기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다른 어느 곳보다 동작을에 더 많이 방문해 집중적으로 지원유세를 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원내 재입성에 성공한 데다 의원 선수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나 당선인은 차기 당권주자로서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시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나 전 의원은 당내 지지기반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에 정치에 입문한 뒤 탈당 없이 국민의힘에서 정치활동을 해온 데다 탄핵사태 이후 어려웠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원내대표를 맡아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강경한 대여투쟁을 했던 기억을 공유하는 당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윤 인사 가운데 안철수 의원도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꼽힌다. 안 의원은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되는 만큼 당권을 징검다리로 삼아 대권으로 향하는 청사진을 그릴 수도 있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유력한 당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안 의원이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안 의원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여러 차례 대선 도전에 나선 이력이 있기 때문에 안 의원에게는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란 인식이 강하다.
안 의원 개인으로서도 국민의힘에서 당권을 잡은 뒤 정치적 역량을 입증할 필요성이 큰 시점이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과 단일화한 뒤 윤 대통령 당선 뒤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올랐다. 그해 4월 자신이 주도했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으로 완전히 국민의힘 소속이 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합류 이후 대선주자급에 걸맞은 정치적 존재감을 보이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3월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길 것"이라는 굴욕적 메시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 때문에 차기 당권을 장악해 정치 역량을 입증해야 대선주자로서 다시 나설 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당내 지지기반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차기 당권에 도전하더라도 당원의 지지 비중을 높인 경선 룰이 채택되면 안 의원이 고전할 공산이 크다.
총선에서 참패한 탓에 비윤계 인물들이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려면 친윤계가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여소야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여당마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게 되면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얻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주자급 인물이 당권을 잡게 되면 정부 여당 내에서도 힘의 무게 중심이 대통령이 아닌 당대표로 쏠려 레임덕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친윤계가 전면에서 당권 장악을 시도하는 데는 명분이 약한 만큼 ‘친윤계’는 아니면서도 어느 정도는 접점이 있는 중진들을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는 김태호 의원(4선), 권영세 의원(5선) 등도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이번에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인지도와 여러 정치 경력을 거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도 오르내린다.